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박차를 가한다. 전기차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는데 반해 전기차 배터리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면서 배터리 공급 가격을 낮춰갈 것으로 보인다.
2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업체 다임러가 전기 픽업트럭에 탑재할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한다.
다임러는 중국 CATL, 파라시스 에너지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으려 하고 있다. 중국 파라시스와 총 6억 유로(약 8100억원)를 투자해 독일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셀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2년부터 가동을 시작, 전기트럭을 비롯해 순수 전기차 20종에 배터리에 탑재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파라시스 독일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배터리 제조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파라시스 배터리 양산과 관련해 함구했지만 “배터리 독자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임러뿐 아니라 볼보와 프로쉐도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볼보는 자국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와 공동 개발한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노스볼트와 연간 5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기지를 건설해 볼보 전기차 'XC60'을 시작으로 자체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르쉐는 전기차 전략 일환으로 배터리 제조사 셀포스에 수천만달러를 투자한다. 독일에 건설 예정인 연간 100메가와트시(㎿h) 규모의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프리미엄 전기차에 탑재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는 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중국,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7만대다. 작년 동기의 15만5000대보다 202% 급증했고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일부 지역 판매량이 미집계됐지만, 세계 각국이 세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판매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배터리 공급 부족 우려가 관측된다. 2025년 세계 배터리 수요는 896GWh로 성장한 반면 배터리 공급은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리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에너테크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중견 배터리 제조 업체와 배터리 부품회사들도 배터리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들은 배터리 공급망 확보와 제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쉽게 달성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