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전 지구촌을 덮쳤다. 5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 고온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북미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불볕더위로 약 일주일 만에 700여명이 돌연사했다. 기온이 지난달 말 40도를 넘기 시작했고 일부 지역은 한때 50도에 육박했다. 여름에도 시원한 날씨를 유지한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100여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서부의 피해도 예상된다. 미국 기상 당국은 이번주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의 기온이 55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북유럽도 이상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핀란드의 올해 6월 기온은 1844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핀란드 최북단 케보 지역 기온이 1914년(34.7도) 이후 가장 높은 33.5도를 기록했고 스웨덴의 다수 지역 기온도 지난달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지난달 23일 34.8도를 기록해 6월 기온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구촌 곳곳에 이상고온이 발생한 원인으로 '열돔현상'이 지목된다.
열돔은 지상에서 약 5~7km 높은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 반구 형태의 돔을 형성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놓는 현상을 말한다.
상공에 발달한 고기압이 뚜껑 역할을 하며 공기를 지표면으로 누르고 뜨거운 공기가 계속해서 쌓이면서 기온이 평년보다 약 5~10도 이상 오르게 된다. 마치 압력밥솥의 뚜껑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열돔이 빈발하는 이유가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열돔 생성의 핵심 조건은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의 약화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와 적도의 따뜻한 공기 덩어리 간의 온도·압력 차이의 영향을 받는다. 두 공기 덩어리의 온도나 압력 차이가 클수록 제트기류는 강하게 형성된다. 여기에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제트기류가 더 강해지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게 된다. 반대로 북극, 적도 공기 덩어리의 온도차가 줄면 제트기류는 약해진다. 천천히 흐르면서 구불구불한 흐름을 보인다.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화하고 이로 인해 열돔이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극의 온도가 급상승하는 등 다양한 지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올해와 같은 역대급 폭염이 정례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기후를 연구하는 국제 조직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최근 기후변화가 폭염 등 이상 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 150배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WWA 소속 연구자들은 “최근 북미를 강타한 폭염이 1000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현재 대비 기온이 0.8도 이상 올라간다면 5~10년에 한번 꼴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재 속도로 유지된다면 40~50년 후에는 지구 온도가 0.8도 이상 오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김백민 부경대 대기환경학과 교수는 “매년 미국 서부쪽에서 발생하던 고온 현상이 올해 미국 북쪽과 캐나다까지 강하게 확장했다”면서 “온난화가 주로 나타나는 지역이 있는데, 이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중요한 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온난화 속도가 빠른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이상 고온,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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