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알고 지내던 한 교사를 우연히 만났다. 마스크를 하고 있어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한 눈에 알아보는 것이 드문 일이지만, 그녀는 나를 반가워하며 옆에 있던 아들의 손을 잡아끌어 인사를 시킨다. 아이는 한 손은 엄마에게, 다른 한 손은 스마트폰을 꽉 쥐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 수업을 해야 했던 교사는 지난해 몇 달 동안 디지털 수업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했던 덕분에 갑자기 들이닥친 팬데믹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었다며 교육 현장에 대한 현 상황을 마스크를 방패삼아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지금의 40~50대가 바로 '디지털 네이티브'라 했던 필자의 말에 자신감을 얻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은 미국의 교육학자인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가 2001년 그의 논문 'Digital Native, Digital Immigrants'를 통해 처음 사용한 용어다. 20세기 말부터 디지털 기술의 보급과 함께 성장한 유아에서 대학에 이르는 학생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라 지칭한 것이다. 컴퓨터, 비디오 게임, 디지털 음악, 휴대폰, 인스턴트 메시지 등 새로운 기술이 삶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세대들이다.
그 당시 대학 졸업생들이 평균적으로 인생의 5000시간을 독서에 투자했다면, 1만시간 이상 비디오 게임을, 2만시간은 TV시청을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1970년 이후에 태어나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대중화, 1990년대 휴대폰과 인터넷 확산으로 디지털 혁명기 한복판에서 성장기를 보낸 50대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우연히 만난 40대 교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다시 등교 수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98% 정도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작년이나 올해 초에 비해 현장 교사들의 당황스러움이나 거부 반응은 훨씬 줄었다고 한다. 물론 지역별이나 학교별로 또는 교사나 학생들의 각각의 사정과 개별적 차이로 인한 문제점들이 아직 남아있지만, 제법 빠르게 대처하고 적절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화상수업은 물론 교실에 있는 교사가 문제를 내고 집에 있는 학생들은 테블릿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문제를 푸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교사들은 다양한 디지털 수업 지원 도구들을 활용해 퀴즈를 출제하거나 온라인 상에서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토론을 즐기기도 한다.
현 40~50대를 '1세대 디지털 네이티브'라 한다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태어난다는 요즘 아이들은 '2세대 디지털 네이티브'라 할 수 있겠다. 1세대는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다양한 디지털 활용 문화를 경험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팬데믹 상황에서 당황은 하지만 곧 빠르게 적응하고 해결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 2세대는 1세대 보다 훨씬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컴퓨터에 더욱 익숙하고 첨단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다만 스마트폰을 과다 사용하는 것이나 온통 디지털 환경인 점은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게 한다.
우리 교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디지털 활용 능력을 확인했다. 이미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학생들과 교사들이 어깨동무하며 고도화된 디지털 교육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더 나아가 근래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더욱 고도화된 에듀테크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상교육 AI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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