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0월 출범 예정인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을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카카오, 토스, NHN페이코, 핀크, 뱅크샐러드 등 빅테크·핀테크 업체 10여곳이 참여 의향을 밝힌 가운데, 정부는 민간위원단을 꾸려 공정하게 플랫폼을 뽑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 상당수가 빅테크가 주도하는 대환대출 제도에 반기를 들고 자체 플랫폼 구축을 선언해 또 한번의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다.
자체 플랫폼의 경쟁력이 떨어질지라도 이대로 빅테크에 종속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대환대출에 참여할 빅테크 플랫폼 선정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플랫폼을 심사하고 참여사를 선정하기 위한 민간위원 9인을 꾸렸다.
우선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금융결제원 등 금융 협·단체 소속 4인이 각각 참여한다. 여기에 4개 단체가 추천한 4인과 함께 금융위원회가 추천한 1인으로 구성했다.
금결원 관계자는 “민간위원은 법률에 정통한 전문가들”이라면서 “공정하게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플랫폼 선정 절차에 들어가 시스템 구축까지 2개월 정도 소요됨을 감안해 10월 출시까지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에 돌입한 것과 별개로 은행은 별도 독자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대형 시중은행 중심으로 빅테크·핀테크의 대환대출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고 결국 독자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은행권 독자 대환대출 플랫폼은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5대 시중은행이 강력하게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가 주축이 돼 독자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면 실제 여기에 참여할 은행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은행권은 계좌정보통합관리 서비스인 어카운트인포처럼 공공 성격이 큰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상대적으로 수수료 인하 효과를 높이면서 사용자에게 비대면 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는 그대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려는 빅테크·핀테크가 초기에는 파격적인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울 수 있겠지만 이는 결국 사용자와 은행을 모두 자체 플랫폼에 종속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처럼 좋지 않은 사례를 남길 수 있어 사용자 활성화가 더디더라도 은행권 독자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해 고신용자인 은행 사용자가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에 사용자만 뺏기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는 적을 수 있어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독자노선을 두고 빅테크·핀테크 업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빅테크 관계자는 “은행업계는 정보기술(IT)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민 편의성을 높이자는 정부 대환대출 플랫폼 취지를 무시하고 본인들의 밥그릇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은행연합회를 주축으로 경쟁력 있는 서비스 플랫폼이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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