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CNN의 음식 기행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앤서니 보데인의 일생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로드러너(Road Runner: A film about Anthony Bourdain)'가 오스카상 수상 감독인 모건 네빌에 의해 제작, 지난달 미국에서 개봉됐다. 로드러너는 보데인의 인기와 그의 드라마틱한 삶, 그리고 최고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네빌의 연출로 미국에서 금년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흥행 성공에 기여한 또 하나의 요인은 작품이 개봉되는 시점에 네빌이 '뉴 요커(New Yorker)'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보데인의 이메일 내용을 보데인의 음성으로 재현했다는 내용을 밝히면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고인이나 유족의 동의없이 AI 기술을 이용해 음성을 재현(Voice cloning)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하지만 이번 논란과는 별도로 이미 미디어 영역에서는 AI를 활용한 딥페이크(Deepfake)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2019년 그의 영화 '아이리쉬맨'에서 76세이던 로버트 드니로, 79세인 알 파치노, 76세인 조 페시를 디 에이징(de-aging) 기법을 이용해 젊은 시절 모습을 구현했다. 과거에는 배우가 분장을 통해 노년의 역할을 수행하고 어린 시절의 모습은 대역을 쓰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제는 딥 페이크 기술을 통해 젊은 시절 모습부터 노년의 모습까지를 70대 후반의 배우들이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루카스 필름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상영되고 있는 '만달로리안 시즌2'에서 루크 스카이워커의 재현 장면을 유투브에서 더 리얼하게 만들어냈던 샤묵(Shamook)이라는 유투버를 채용해 화제가 됐는데, 놀라운 것은 이 유투버가 특별한 스튜디오 장치 없이도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루카스 필름 팀에서 만든 영상보다 더 리얼한 영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해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수준을 능가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포토숍이 우리 삶에서 일상화 됐듯이 딥페이크 기술의 활용도 보편화 될 것이고 미디어, 광고, 소셜미디어에서 딥페이크 기술의 사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딥페이크 기술 활용의 보편화와 함께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초래된 사실에 기초해서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에 기초해서 현실을 이해라려고 하는 '탈진실(Post Truth)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진영 간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진위 확인이 어려운 딥페이크 영상은 대통령선거와 같은 중요한 시기에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확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딥페이크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과 이를 이용한 범죄와 반사회적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국 정부, 기업, 연구소, 대학들이 딥페이크 탐지기술 알고리즘을 개발, 활용하고 있지만 딥페이크를 통한 가짜 동영상과 음성을 완벽하게 탐지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어려운 상황이다. 스탠퍼드대학과 UC 버클리가 공동으로 개발한 알고리즘도 탐지율이 80%에 그치고 있고, 개발자들도 100% 탐지는 어렵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딥페이크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함께 대중에게 딥페이크를 통한 사기, 여론조작 폐해에 대한 교육을 통해 사회적 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진영논리가 극대화되서 사람들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탈진실'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펙트체크넷'과 같은 민간 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범죄행위를 단속 처벌할 수 있는 공적 역량의 강화도 조속히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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