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7월 초 장마가 허무하게 짧게 끝나는가 싶더니 곧바로 폭염이 찾아왔다. 38~39도의 더위가 계속 한반도를 덮고 있다.
더위가 한반도를 덮고 있다는 말은 비유적 표현만은 아니다. 올해 폭염의 원인으로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뚜껑처럼 지역을 덮어 온도를 계속 높이는 '열돔' 현상이 꼽히기 때문이다.
◇열돔이란 무엇인가
열돔(heat dome)은 말 그대로 뜨거운 열기가 야구장의 돔처럼 특정 지역 대기를 감싸는 현상을 말한다. 뜨겁게 달궈진 공기 덩어리가 반구 형태 지붕에 갇혀 계속해서 지표면 온도를 높인다.
최근 한반도 위 대류권 하층에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상층에는 덥고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생겨 서로 겹치며 열돔을 이뤘다.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지역을 강타한 이상 폭염도 열돔 현상 때문이다.
열돔 현상은 왜 일어날까? 날이 덥고 건조해지면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간다. 그런데 그 지역에 고기압이 자리잡고 있으면, 고기압이 올라가던 뜨거운 공기를 다시 밑으로 내리누른다. 뜨거운 공기는 압력을 받아 내려가면서 압축되어 더욱 뜨거워진다. 이 뜨거운 공기는 다시 상승했다가 고기압에 막혀 다시 내려오고, 그 과정에서 더 압축되고 더 뜨거워진다.
대기 중 형성된 고기압이 무슨 이유인가로 정체된 상태에서 뜨거워진 공기를 다시 밑으로 내려보내며 지역 온도를 계속 끌어올린다. 마치 돔처럼 공기를 가두고 그 안에서 자체적인 공기의 순환을 형성하는 것이다. 넓은 지역에 걸쳐 압력밥솥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보통 이렇게 고기압이 겹친 상태로 오래 머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 서로 섞이며 공기 흐름이 빨라져 정체 상태가 해소된다. 하지만 최근 공기를 뒤섞는 제트 기류의 힘이 약해지면서 열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 변화가 원인이다
열돔 현상이 기후 변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제트 기류는 대류권 상부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바람을 말하며 지구의 남북 간 열과 수증기를 교환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극 지방의 찬 공기와 적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 사이에 온도나 압력 차이가 크면 제트 기류도 강해지고 반대로 차이가 줄면 제트 기류가 약해진다.
최근 지구온난화는 극 지방 기온을 올려 적도와 기온 차이를 줄이고 있다. 공기 순환이 줄어들고 공기 흐름도 느려진다. 이에 따라 제트 기류가 약해지고, 고기압이 정체되어 장시간 거의 움직이지 않는 '블록'을 형성한다. 이들 블록은 태풍의 방향을 바꿔 버리기까지 한다. 태풍이 고기압대를 흩어야 되는데 도리어 다른 곳으로 우회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열돔 형성을 부추긴다.
기후 변화가 폭염, 한파 등 극단적 기상 재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WWA(World Weather Attribution) 소속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북미 북서부 지역에 이번 같은 폭염을 일으킬 확률을 150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폭염은 1000년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사건이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계속 올라 산업혁명 시기보다 2℃ 높아지면 (즉, 지금보다 0.8℃ 높아지면) 이런 일이 5~10년마다 일어날 것으로 경고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 대처 필요
한반도 열돔 현상은 7월 중순에 시작, 8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7월 말 전국에 비가 내렸지만 이후 바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했고, 이 시기 태풍 네파탁이 소멸한 후 티베트 고기압까지 대규모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열돔 현상이 끝나려면 태풍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다가와 고기압을 밀어내야 한다. 그러나 태풍이 우리나라를 관통하지 않고 주변을 통과하면서 열대 수증기를 밀어 넣어 더위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 변동이 심한 여러 변수를 고려해 최적의 예측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열돔으로 인한 폭염이 극심했던 2018년보다는 더위가 약할 것이라는 예상에 그나마 위로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상층 고기압 세력이 2018년만큼 강하게 발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열돔에 막혀 3개의 태풍이 경로를 바꾸었고, 하나는 소멸되었다.
열돔과 폭염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지난 7월 9일 폭염특보 발령 이후 7명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 북미에서도 905명, 캐나다에서만 676명이 사망했다. 온열 질환은 특히 노인, 에어컨을 쓰기 힘든 저소득층이나 육체노동 종사자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 폭염은 그 어떤 자연 재해보다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소리 없는 킬러다. 태풍과 호우에 의한 인명 피해보다 3배 이상 많다. 취약 계층이 더위에 희생되지 않도록 냉방 환경 및 업무 조건 개선 등 지원책이 절실하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해 이 같은 폭염이 과거보다 더 자주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화 이후 인류 활동으로 인해 기후 변화가 심해지는 만큼, 그로 인한 도전 역시 함께 머리를 모아 해결책을 구할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 한세희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