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부정으로 수급한 복수의 전기 이륜차업체를 적발했다. 정부가 파악한 보조금 부정 수급액은 지난 2017~2019년 3년 동안 약 140억원 수준이다. 본사 이외 보조금을 많이 주는 지역에 페이퍼컴퍼니 등을 세워 많게는 수백대의 전기 이륜차를 구매해서 보조금을 수급한 후 중고로 되팔거나 미인증 제품을 팔아 보조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기간에 환경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전기스쿠터 업체 세 곳을 적발하고 대구(칠곡, 달성), 대전, 제주 등 담당 경찰서에 배정해 수사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보조금 부정수급센터도 미인증 제품을 판매한 전기스쿠터 업체 두 곳을 적발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는 본사 이외에 대구·제주·대전 등에 페이퍼컴퍼니, 판매법인을 세우거나 협력사를 통해 전기이륜차를 대량 구입해서 보조금을 받은 후 중고로 되팔아 보조금과 판매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내부거래를 통한 부정행위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가 2017년부터 3년 동안 부정 수급한 보조금은 최소 18억원(약 700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부 보조금 지침에 따라 환경부는 이 기간에 차량당 최소 230만원에서 최대 350만원을 지원해 왔다.
권익위도 경찰 수사와 별도로 수천대의 미인증 제품을 판매해서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업체 두 곳을 조사하고 있다. 권익위가 파악하고 있는 미인증 제품은 업체별로 2100대, 3000대 수준이다. 보조금은 약 122억원 규모다. 이들은 판매 제품의 배터리, 계기판, 전동모터, 충전기 등을 변경했음에도 정부로부터 변경 인증이나 변경 보고를 하지 않고 장기간 미인증 차량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16일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경찰과 권익위가 각각 수사·조사하고 있다”면서 “보조금 부정 수급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수 조사를 통해 필요한 제도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환경부의 보조금 관리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2020년부터 지침을 강화, 보조금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대량 구매 시 '차량 운영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 결과 최근 2년 동안 보조금 수급 논란은 잠잠해진 상태다. 다만 환경부가 새 지침을 마련할 2019년 당시에도 이미 보조금 부정 수급 문제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환경부가 이미 부정 수급 문제를 파악해 2020년부터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한 것”이라면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사태 파악에 나섰다면 부정 수급 문제가 커지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권익위의 수사 및 조사 대상에 오른 업체 대부분은 환경부가 인가한 한국전기이륜차협회 임원사다. 협회 차원에서 부정 수급 방법을 함께 논의했을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