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넷제로(기후중립)'를 공약한 기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체계적으로 공약을 검증할 방법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를 요구하면서 무늬만 넷제로를 선언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기업이 나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넷제로 목표설정을 표준화하고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기업 넷제로 감축을 유도하는 단체 '기후 행동 100+'의 기업 83개 중 약 60개 기업이 지난해 이후 공약했다. 또 블룸버그NEF(BNEF) 평가 기업 중 3분의 2는 이 기간에 목표를 설정했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선두기업이 넷제로를 선언하면 동종 분야 기업도 넷제로 공약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넷제로는 이산화탄소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에서 나아가 6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화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탄소중립보다 한층 강화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성급하고 단기적인 목표설정에 따라 상당수 기업이 '그린워싱'을 위해 넷제로를 선언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이 실제 친환경 정책을 펼치지 않지만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포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일부 첨단 기술, 헬스케어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은 달성할 수 있는 수준보다 낮은 '넷제로' 목표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배출량이 많은 유틸리티, 석유·가스 기업의 목표 수준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마이너스 탄소를 목표로 한 가장 높은 수준 넷제로 공약을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기준 넷제로를 선언한 메이저 석유회사 18곳 중 에니, 옥시덴탈, 에퀴노르, 렙솔, 쉘 등 5곳만이 감축이 어려운 기타 간접 배출 분야까지 포함하는 강한 넷제로 목표를 설정했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온실가스 범위를 △범위1: 직접 배출 △범위2: 간접 배출(전기·스팀 구매 등) △범위3: 기타 간접 배출로 나눠 세분화 된 목표를 설정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유틸리티 부문은 범위 1,2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이는 지가 중요하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배출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유틸리티와 석유·가스 부문 넷제로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넷제로 목표설정을 표준화하고, 범위 1~3으로 나눠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론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
변상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