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은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때문에 고통을 겪은 해였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벨기에 등이 전례 없는 대홍수로 많은 사상자와 실종자를 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섭씨 40~5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렸으며 그에 따라 화재도 빈번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올해 2018년에 버금가는 폭염으로 고통스러운 여름을 보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자연재해가 기후변화와 관련있다는 것이 입증됐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인류가 공멸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8월 9일 기후변화에 대한 포괄적 분석과 인류의 행동 방침을 담은 6차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연구보고서가 아니라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을 전개할 때 협력의 기초 자료로 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가장 낙관적인 예측도 지구 온도 상승 피할 수 없어
이번 6차 보고서는 2013년에 발표된 5차 보고서 이후 8년 만에 개정됐다. 그동안 인간 활동으로 기후변화가 더욱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것은 2003년부터 2012년 사이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0.78도 상승했지만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구 기온은 1.09도 상승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391ppm에서 410ppm으로 늘어났다. IPCC 6차 보고서는 이런 급격한 상승이 대부분 인간의 활동으로 생겨났음을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관측한 극도로 높은 고온은 인간의 영향이 아니고는 발생하기 어렵다.”
또 이번 6차 보고서에는 인구, 에너지 소비, 경제 활동은 인간이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을 바탕으로 미래 지구의 기온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는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1은 인류가 적극적 탄소 감축 노력을 벌이고 혁신 기술을 개발해 2050년에 탄소배출이 제로가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결과 그렇게 하더라도 21세기 말인 2081~2100년 기온은 산업화 때보다 1~1.8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2부터는 혁신적인 탄소배출 감축이 없이 현황과 같거나 아니면 화석 연료를 더 많이 쓰는 상황을 가정했는데, 가장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시나리오5일 때 지구 기온은 21세기 말에는 산업화 대비 4도까지 오르는 비관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그렇게 되면 전 지구적으로 폭염, 한파, 홍수 같은 이상기후는 더욱더 빈번해질 것이다.
탄소배출이 줄어들지 않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21세기에 최대 1~7m 넘게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 결과도 나왔다. 빙하가 유실되는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보고서는 탄소 감축을 빠르게 해도 2050년이 오기 전 북극 빙하가 거의 녹아 없어지는 일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6차 보고서는 우리가 탄소중립을 실현하지 않으면 지구 온도는 계속 상승할 것이며 탄소 배출을 저감한다고 하더라도 이상기후, 해수면 상승, 빙하 유실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2015년 파리협약에 따라 지구 온도를 1.5도 이하로 제한한다면 극단적인 기상이변이나 환경파괴를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협력하기 위한 적극적 움직임 필요해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전 세계가 합심해 1.5도 상승 제한을 달성해야 한다. 각 국가는 신재쟁에너지로의 전환,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등의 정책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기업도 화석연료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도입해 상품을 생산해야 할 것이며 탄소배출을 저감 하거나 혹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신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기구와 개별국가, 기업이 서로 협업해야만 할 것이다.
이번 IPCC 6차 보고서는 제1실무그룹 보고서로 내년의 2, 3실무그룹 보고서와 종합보고서가 발표된다. 11월에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므로 이 총회에서 인류 생존과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탄소중립 정책을 더 공격적으로 실천하도록 결의하기를 기대해본다.
글: 이병호 과학칼러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