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윌레스와 그로밋: 화려한 외출’ 속 윌레스가 그랬듯이 달 표면을 치즈처럼 잘라먹을 수는 없지만 달 표면을 ‘요리’한다면 우주비행사를 위한 산소와 식수를 준비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달은 물론 행성 탐사에서 물과 산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래전부터 모색해왔다. 우주로 어떠한 물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많게는 파운드 당 1만 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물과 산소를 자체적으로 공급한다면 화물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인 탐사가 가능하다.
유럽우주국(ESA)은 이탈리아 우주국(ASI), 유럽 우주기업 OHB과 컨소시엄을 이뤄 물과 산소를 추출하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SA 컨소시엄은 유로플래닛 과학 회의(EPSC)에서 미래의 달 기지를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시연했다.
달에는 ‘다른’ 형태의 물과 산소가 풍부하다. 달의 모든 지역은 실리콘(규소+산소 결합을 포함한 중합체)과 철산화물(철+산소)이 절반인 토양으로 구성돼 있다. 이론적으로 달 어디에 추출기를 설치해도 산소와 물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ESA 컨소시엄은 ‘레골리스(Regolith, 달 표면에 있는 암석 부스러기와 먼지로 구성된 물질)’를 모사한 광물 혼합물을 대상으로 시연해 성공적으로 물과 산소를 얻었다.
광물 혼합물은 1000도씨 이상으로 가열한 뒤 수소 가스로 세척해 2단계 공정을 거쳐 분리한다. 고온으로 기화된 달 토양의 가스는 먼저 촉매 변환기와 콘덴서에서 물이 분리되고, 전기분해를 활용해 산소가 나온다. 수율을 높이는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지만, 달 탐사에서 자급자족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실험을 이끈 미첼 라바그나 폴리테니코 밀라노 대학교수는 “효율적인 물과 산소 생산 시설을 현장에 갖추는 능력은 탐사의 기본이며, 달에서 양질의 과학을 실행하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