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정진수 엔씨소프트 부사장을 오는 7일 열리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복지위는 정 부사장에게 게임중독 예방에 관해 질의할 예정이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엔씨소프트 게임은 대부분 성인용이다. 우리나라 게임 과몰입(중독) 관련 정책은 청소년 위주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게임이용장애' 역시 청소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인 대상으로 게임 과몰입 진단 척도 개발과 연구 등이 진행됐지만 청소년기를 지나면 과몰입과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왔다. 실제 복지부가 운영하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인터넷·게임 중독 상담자 수는 센터당 연평균 4명이 채 안 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독'이란 단어도 이해되지 않는다. 게임을 '질환' 취급하는 사람은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가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게임 과몰입은 말 그대로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된 '상태'다. 중독으로 정의할 정도로 연구가 진행되지도 않았지만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에 과몰입해서 일상생활 영위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과몰입으로 용어를 대체하는 추세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국감에서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 '게임 중독'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뇌리에 각인될지 우려된다.
성인 게임을 주로 다루는 엔씨소프트에 중독예방과 관련해 질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게임업계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게임문화재단의 '게임과몰입 힐링센터'를 홍보해 줄 요량이라면 박수 칠 일이지만 그럴 일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게임업계에는 과거 신의진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4대 중독법'에서 '중독세'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확률형 아이템이 과도한 몰입을 만든다' 등으로 몰고 가면서 면박을 주는 게 목적 아니겠냐는 예측도 나온다.
엔씨소프트가 최근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과 과금 설계 등으로 이용자에게 미운털이 박힌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복지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 국내 대표 게임사가 '게임=중독'이라는 잘못된 번지수에 불려가서 망신만 당하고 돌아온다면 우리 게임산업에는 득 될 것이 없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