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비트코인(BTC) 가격이 신고가를 달성했다. 가상자산 세계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과세 논의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이 조세원칙이다. 그러나 과세권 행사는 국민 재산권에 대한 국가권력 침해 성격도 일부 있다. 공정하고 납득할 만한 명확한 기준에 기반해야 한다.
최근 만난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정부 과세안을 조선 후기 백골징포에 비유했다. 그는 “정부는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이 아니라면서 일관되게 시장을 규제하고서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니 기타소득이라며 세금을 걷는다”면서 “이는 시신에 군포를 매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가장 큰 부분은 가상자산 취득원가 산정이다. 외국 거래소에서 국내로 들여온 가상자산의 경우 거래소 간 취득원가 정보를 공유하기가 어렵다. 납세자가 취득원가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취득원가가 0원으로 산정돼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또한 '채굴'을 통해 취득한 가상자산 역시 취득가액을 0으로 볼 공산이 크다. 정부는 전기세를 필요경비로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채굴 장비 및 그래픽카드 구입비, 감가상각비 등은 뚜렷한 기준이 없다. 일반적인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 과정이 표준화된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없어서 채굴기를 돌린 PC방도 적지 않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해 과세하고 있거나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과세 대상에 대한 가상자산 범위를 명확히 하는 '1040호 수정 지침'을 발표했다. 단기투자는 종합소득세율, 자기투자는 보유기간별로 각각 차등 세율을 적용한다. P2P 전송이나 소액 증여 등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독일은 거래 차익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납부하지만 1년 이내의 단기 거래에만 이를 적용한다. 1년 이상 보유 시 수익이 600유로(약 81만원) 이하인 경우와 구매 10년 경과 후 스테이킹에 활용된 가상자산은 면세 대상이다. 영국, 호주, 일본 등도 가상자산 과세 논의와 연구가 깊었던 덕분에 모두 과세 범위나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다.
한국은 가상자산거래소가 제도권에 편입된 것이 겨우 1개월여 전이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이나 대체불가토큰(NFT) 과세에 대한 본격 논의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과세는 서두른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늦더라도 정밀한 과세 기준 정립이 우선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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