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구매 후불결제(BNPL)' 시장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서비스 이용자가 폭증하면서 BNPL 업체는 물론 신용카드사까지 고객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이 속속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며 BNPL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한국 BNPL 시장 선점을 위한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됐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신용카드 기업이 BNPL 기업과 잇달아 제휴, 인수 등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자는 최근 스웨덴 클라나를 비롯한 7개 후불결제 핀테크 기업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비자카드 가맹점에서 카드 이용 시 클라나 후불 서비스도 선택 할 수 있다.
미국 대형 은행 캐피탈 원은 지난 9월 자체 후불 서비스를 시험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자사 발행 신용카드의 후불 서비스 사용을 금지했던 캐피탈 원은 높은 시장 가능성에 전략을 바꿨다.
디스커버 파이낸셜 서비스는 BNPL 스타트업 시즐에 3000만달러를 투입,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카드 한장으로 신용결제와 후불결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공산이 크다.
니혼게이자이는 결제시장 '큰 손'인 신용카드사의 이 같은 움직임이 BNPL 시장 급성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BNPL은 사업자가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 구매 대금을 지불하는 서비스다. 신용카드와 달리 단기간 할부에 수수료가 없고 가입이 간편해 MZ세대, 주부 등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인사이더 인텔리전스 자료를 인용, 오는 2025년 BNPL 거래액이 약 6800억달러(약 80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BNPL 기업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펌(AFRM)은 최근 글로벌 e커머스 기업 아마존에서 제휴를 확대했다. 50달러 이상 구매자를 대상으로 단독으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팔은 최근 1년간 후불결제 거래액을 54억달러까지 확대했다. 미국 모바일 결제 업체 스퀘어는 호주 BNPL 기업 애프터페이를 약 290억달러에 인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2월 네이버파이낸셜 '소액 후불결제'의 혁신금융 지정을 시작으로 빅테크들의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포인트 잔액이 부족할 경우(대금부족분) 월 30만원까지 BNPL을 제공한다. 신용평가사 보유 금융 데이터와 스마트스토어 데이터를 결합한 후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하는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 'ACSS'를 활용한다.
카카오페이는 오는 4분기 모바일 후불형 교통카드를 출시한다. 사전에 교통카드 충전을 하지 않았거나 충전금액이 모두 소진돼도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 자체 신용평가 모델 분석을 거쳐 월 최대 15만원 BNPL 결제가 가능하다.
토스는 이달 금융위원회에서 소액 후불결제 혁신금융 지정을 받으며 BNPL 시장 진입을 목전에 뒀다. 내년 3월 중 월 30만원 한도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BNPL은 신규 이용자 확보 효과는 물론 MZ세대 소비 성향과 신용 데이터를 촘촘하게 확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면서 “대안 신용평가모델 정확도 향상 등 다방면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주요 '선구매 후불결제(BNPL)' 서비스 현황
자료:니혼게이자이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