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규모 세대교체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을 위한 글로벌 전략 수립에 돌입한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 비전 실행을 위한 전략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어느 해보다 신중을 기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통상 조직개편 직후 진행하던 글로벌전략회의를 올해는 1~2주 늦춰 12월 말께 개최가 유력하다. 회의 방식도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전략회의는 매년 사업부문장 주재로 국내외 임원이 한자리에 모여 올해 성과와 내년 업황, 사업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통상 6월, 12월 두 차례 개최하던 것을 올해부터 12월 한 차례만 오프라인 개최키로 했다. 연말 글로벌전략회의는 인사, 조직개편이 끝난 직후 실시됨에 따라 새 경영진·임원 데뷔 무대이자 내년도 전략을 발표하는 핵심 회의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12월 11일 조직개편 후 15~17일 사흘간 진행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3개 사업부문장을 모두 교체하고, 10년 만에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 부문을 합친 세트(DX)부문을 출범시켰다.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대거 발탁하는 등 강도 높은 세대교체까지 단행했다.
큰 폭의 사장·임원 인사와 조직개편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글로벌전략회의는 전보다 여유를 두고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 복귀 후 '뉴 삼성' 변화 필요성을 누차 언급한데다 최근 '냉혹한 현실'을 강조하는 등 의중을 반영한 혁신 전략 제시가 필요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직개편 후 수일 내 글로벌전략회의가 개최된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개편 범위가 넓었고 코로나19 이슈도 있어서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이라면서 “이번 인사나 조직개편 방향과 취지, 글로벌 시장 환경을 고려해 의제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DX부문에서는 한종희 부회장 주재로 모바일과 가전, TV 간 시너지 강화 전략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10년 만에 CE와 IM 부문이 통합됨에 따라 사업부별 전략수립과 보고에 조심스러운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은 조직개편 취지에 부합하는 '고객경험' 가치 실현이다. 글로벌전략회의에서는 조직개편 취지를 살려 올해 선보인 '갤럭시 Z플립 비스포크 에디션'처럼 사업부간 협업 제품 출시 전략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전, TV, 모바일 등 멀티 디바이스 환경에서 연결된 고객경험을 제공할 전략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홈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매개로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사용 편의성, 건강, 교육, 에너지 등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대표적이다.
TV는 차세대 주력제품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 TV와 마이크로 LED TV 등 초프리미엄 제품 출시 일정과 시장 공략 전략 등이 보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만에 오프라인 개최하는 세계 최대 IT·가전 행사 'CES 2022' 준비와 신제품 출시 상황도 점검한다.
반도체(DS) 부문도 내년 상반기 예정된 업계 최초 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 공정 양산 준비 상황 점검과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부지를 확정한 제2파운드리 공장 등 파운드리 투자, 신규 고객 확보 방안 등이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