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앱스토어 앱 내 외부결제 허용방침을 밝힌 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최초다. 애플은 특정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겠다는 한국 정부와 국회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고 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내부 원칙보다는 준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인앱결제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는 세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애플이 외부결제에 적용되는 수수료율과 구체방식 등 핵심 사안을 정하지 않은 만큼 방통위가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좋은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것은 과제다.
◇애플, 한국법 준수 '현실론'
애플이 한국에서 앱스토어 외부결제를 허용하는 것은 한국의 규제 현실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후 신문·잡지 등 리더(Reader) 앱에 한해서만 외부결제 링크를 허용한 바 있다. 애플은 8월 한국 국회가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법)을 통과시킨 이후에도 외부 웹사이트를 통한 콘텐츠 구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방통위는 인앱결제법 위반 시 매출 2%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위반에 대한 구체적 유형을 제시했다. 애플에 대해서도 위반 시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인앱결제 강제금지가 선언적 문구가 아니라 실효적 제재가 구체화된 것이다.
애플은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기보다 한국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장 친화적 이미지를 제고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 결정은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법원은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 소송에서 외부결제를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프랑스와 유럽연합(EU), 인도 등 주요국도 인앱결제법과 유사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애플은 더 이상 세계적 흐름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해외에서도 외부결제 허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수수료율
애플의 입장 변화에 대해 콘텐츠 업계는 환영했다. 창작자와 개발자 권리가 보장되고 이용자가 더 싼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콘텐츠 업계는 그동안 애플 생태계 콘텐츠 앱은 다른 플랫폼 이용자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앱 내 결제 기능을 제공하지 않거나 웹과 연동한 방법을 제공하는 방법 등으로 수수료를 우회해 왔다. 관건은 외부 결제 수수료율이다. 구글이 최대 4%포인트 낮은 26%(일반 앱 기준)로 외부결제 수수료를 책정했을 때 업계는 외부 결제 장점을 희석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앱 개발사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마련할 때 들어가는 구축·운영 비용, 별도의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2~3%를 합치면 인앱결제 수수료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애플이 수수료를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인앱결제 활성화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개입, 현실적인 수수료를 책정하도록 협의해야 할 부분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전기통신사업법 통과 후 현실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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