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18일 1기 활동을 마무리하고 내달 2기 위원회로 재출범한다. 지난 2년여 1기 활동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 사과와 노동조합 출범, 4세 경영 승계 포기 등이 굵직한 성과로 꼽힌다.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편 등은 향후 과제도 남겨뒀다는 평가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준법위는 18일 정례회의를 끝으로 1기 활동을 마친다. 준법위는 이날 회의에서 통상적인 내부거래 및 제보·신고접수 사항을 논의한 뒤 '대기업 컴플라이언스 현황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갖는다. 1기 위원회의 마지막 공식 활동이다.
삼성 준법위는 2020년 2월 삼성그룹 준법·윤리 경영을 위한 독립 기구로 출범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법조계와 시민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외부 인사 6인이 위원을 맡았다.
준법위는 출범과 함께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을 핵심 준법의제로 설정, 꾸준히 계열사 준법감시와 후속조치를 권고해 왔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계열사는 준법위의 상시 감시를 받는 한편 매월 정례회의를 개최했다. 이들 회사는 각종 제보나 신고는 물론 내부거래 등 준법경영을 해치는 사안이 있는지 집중 논의했다.
지난 2년간 활동은 삼성의 준법경영 변화를 불러일으킨 동시에 우리나라 대기업 윤리경영 안착에 참고모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이 부회장은 세 가지 준법의제 관련 권고를 받아들여 2020년 5월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국민 사과와 삼성 무노조 경영 철폐, 4세 경영 승계 포기 등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외부 연구용역으로 도출한 '최고경영진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 및 평가지표, 점검항목 설정' 최종 보고서를 활용해 최고경영진, 기업집단, 해외법인 등 준법의무 위반 방지 기준을 추가·보완하는 등 오너 리스크 재발방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 같은 활동이 뿌리를 내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노사 단체협약 체결과 자체 준법감시조직 운영, 50억원 이상 규모 계열사 내부거래 시 준법위 사전 승인 등 '뉴 삼성' 혁신에도 큰 역할을 했다. 김지형 1기 위원장은 지난달 송년사에서 “삼성이 건강한 기업으로 세계 속에 더 큰 별로 오래오래 빛나면 좋겠다”면서 “그러려면 삼성은 상품이 아닌 가치를 팔아야 하고, 이익이 아니라 사람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남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과제도 남아있다. 1기가 노사 문제, 준법 문화 안착 등에 성과를 거뒀지만 핵심인 지배구조 개선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1기 준법위가 내세웠던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재편과 감시방안, 준법경영 시스템 안착 등은 2기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삼성 준법위는 지난달 2기 위원장에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선임했다. 이달 말부터 신규 위원 선임 절차도 시작한다. 1기의 준법경영 활동을 지속·강화하는 동시에 핵심인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보스턴컨설팅그룹을 통해 수행 중인 지배구조 개선 등 컨설팅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이라, 준법위 역시 이를 공유받아 활용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법위 관계자는 “1기가 삼성의 준법경영 안착을 위해 씨앗을 뿌렸다면 2기에서는 뿌리를 내리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준법문화가 준법경영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