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니어스랩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항공우주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두산중공업에서 원자력발전소 운영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다. 대학원과 회사 생활에서 엔지니어로서 목마름을 느꼈다. 어릴 적 우주를 동경한 소년이었다. 다섯 살 때 미국 나사 박물관을 방문한 이후 우주 왕복선, 화성 로봇 등이 꿈 한 켠에 자리 잡았다.
두산중공업을 다니던 중 드론이 신기술로 급부상했다. 최 대표는 “드론 기술이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용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니어스랩은 이달 초 열린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드론을 관제하는 소프트웨어로는 국내 첫 혁신상 수상이다. 실제로 최 대표가 2015년 설립한 니어스랩은 풍력발전기, 댐 등 시설물 안전 점검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니어스랩 SW를 탑재한 드론은 사람을 대신해 시설물의 안전 점검을 한다. 드론이 시설물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초고화질 데이터를 수집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결함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작업자는 '시작' 버튼만 누르면 자율비행 드론이 알아서 점검하기 때문에 안전 확보는 물론 업무 효율성도 높인다. 니어스랩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풍력발전단지 60% 이상을 점검했고, 독일과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입지도 확대했다.
최 대표는 아마존·구글 등과 완전히 다른 드론 접근법을 취했다. 드론을 물건과 사람을 옮기는 운송체로 인식하는 데 그쳤다면 최 대표는 드론이 이동 제약이 없는 '전자제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아마존의 드론 택배 사업 등을 보니 드론 기술이 기존 항공기가 하던 업무를 재현하는 데 불과했다”며 “드론은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가진 전자제품이어서 데이터를 취득하고 가치를 잘 전달한다면 사업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장에서 밧줄 하나에 의지해 시설물을 점검하는 작업자를 보면서 안전 점검을 위해 생명을 담보로 하는 '아이러니'를 목격하고, 드론을 활용한 안전 점검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니어스랩의 근접 비행 기술을 강점으로 꼽으며 사업 확장성을 자신했다. 그는 “드론은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고 임무 종료하게 되는데, 종료 시점에서 근접 자율 비행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며 “니어스랩이 가장 잘하는 근접 비행 기술을 통해 여러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