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뱅크, 토스 등 상위 핀테크 기업 8곳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가 8500만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실제 활동 고객 7127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한다.
핀테크의 본격적인 진화·발전은 2007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금융회사 지점을 통해 전개되었던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온라인에서 구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스마트폰 기술은 기존의 금융 업무를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옮겨 놓은 수준에 불과했고, 스마트폰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되어야만 보다 개선된 금융서비스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도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점차 핀테크 기술이 모바일, SNS,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과 접목돼 발전하면서 모바일 내지 기타 온라인에서 어떻게 표출되느냐에 따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가 구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단계를 이전의 전통적 핀테크와 구분하여 신흥 핀테크, 혹은 테크핀(TechFin)이라고 지칭하며 구분하기도 한다. 테크핀 기업의 핵심역량 중심에는 UX·UI가 놓여 있다. 그리고 이러한 테크핀 기업은 전통적 금융회사가 아니라 금융권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IT 회사가 대부분이다.
최근 전개되는 각종 핀테크 기업의 흐름을 보면, 각자 자신이 지향하는 UX의 내용에 따라 점차 차별화된 UI를 제공하기 시작하고 있는 듯하다. 일례로 고속도로와 해안도로는 UI와 UX의 차이를 보여준다. 고속도로는 직선도로라 운전자가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게 해주지만 좋은 경치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해안도로는 곡선도로라 주행하는 차량의 속도도 느리고, 게다가 운전하기에 고속도로보다 위험하지만 좋은 경치를 제공한다.
이를 UI와 UX 관점으로 보자. UI 관점에서는 목적지에 빠르고 안전하게 도달하게 해주는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UX 관점에서는 속도·안전성과 운전자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도로를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UX 디자인이란 사용자에게 목적 달성 절차의 효율성과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UI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볼펜 속에도 UI와 UX의 차별화된 지향점이 담겨 있다. 필기감이 좋고 오래 글을 써도 아프지 않게 디자인된 볼펜은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UX)을 제공한다. 그러나 고급 볼펜은 단순히 필기감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명품 볼펜을 소유한다는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다. 사용자가 제품에 대해 느끼는 만족감, 브랜드 등이 UX에 포함되는 것이다.
금융 서비스 비대면화 추세가 공고히 되면서 UX·UI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를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콰드로버전스(Quadrover-gence)다. 콰드로버전스는 하드웨어와 인프라 플랫폼, 소프트웨어, UI, UX의 융합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 UX가 있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은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는 콰드로버전스로 인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애플이 제품 대부분을 아웃소싱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칩은 삼성전자에서 납품받고 생산은 중국 폭스콘이 담당한다. 하지만 UI·UX만은 미국 본사에서 한다.
이상에서 설명한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최근 UI·UX에 대한 결정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담당할 만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UI·UX 개념이 향후 금융소비자에게 어떠한 새로운 만족감을 제공할지 기대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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