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주4일제(32시간), 4.5일제(36시간) 근무제 도입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미 30시간대 근무제를 채택해 성장하고 있는 게임사와 새롭게 적용하는 회사 사례를 들어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4일제 근무 도입을 시기상조로 보는 견해도 비등하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택근무에 신작 및 유지보수 일정 차질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무조건적인 근무 시간 단축보다는 탄력근무제 고도화가 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3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퍼트리가 업계 세 번째로 30시간대 근무를 도입하면서 주 4일근무제 도입 검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복수 중소, 중견기업이 주 4일제 근무시 이득과 위험요소를 검토한다.
게임업계는 출시 직전과 직후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업종으로 받아들여졌다. '크런치'와 '판교·구로 등대'란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회사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개발에 열중하느라 더벅머리에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좋은 개발자 품귀 현상이 심화된 영향이다. 임금, 복지제도를 고도화해도 구글, 메타,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등 체급 차가 나는 기업과 경쟁이 힘들어지면서 근무시간을 복지 개념으로 접근해 워라밸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게임산업이 인생을 갈아넣어 만든 게임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던 분위기에서 고연봉 직장으로서 개념이 더 커진 영향도 있다.
업계에 최초로 주 30시간대 근무를 도입한 건 카카오게임즈다. 2018년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놀금' 제도를 도입했다. 월요일에는 30분 늦게 출근하고 점심시간도 30분 더 길다.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 운영하던 주4일제를 격주로 확대했다. 근무시간이 줄어든다고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중소 게임사 엔돌핀 커넥트는 업계 최초로 주 4일제를 도입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한다. 창립 후 1년간 15개 게임을 개발했다. 생산 효율성이 높아 향후 직원이 쉬고 싶은 요일을 선택할 수 있게 확대할 계획이다.
조용래 엔돌핀 커넥트 대표는 “주 4일제 덕에 구인난 속에서도 지원자가 몰려 우수 인력을 빠르게 모집할 수 있었다”며 “4일간 집중해서 일해 업무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 30시간대 근무제 도입을 시기상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게임산업 특수성을 고려해 탄력근무제를 확대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탄력근무제는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 생산성을 높이는 제도다. 현행 탄력근무제는 최대 6개월간 업무가 많은 주 근로시간을 늘리고 업무가 적은 주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인 주 52시간 이내로 맞추도록 한다. 그러나 게임 개발 기간과 출시 직전직후 업무량을 고려하면 경직됐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재택근무로 인해 의사소통 비용이 증가해 프로젝트 다수가 연기됐다는 점을 들어 4일제 근무가 도입되면 의사소통 비용 상승에 생산성이 하락할 것 예측도 있다.
게임사 관계자는 “다수 파트 결과물을 모아 만드는 게임은 아무리 프로세스가 고도화돼도 대면 의사소통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다만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좋은 근무 여건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