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디지털화폐시대 개막

[핀테크 칼럼]디지털화폐시대 개막

핀테크(디지털금융) 발달에 따른 디지털화폐에 대한 관심이 올해 들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지난 2월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 정부가 외국선수단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정식으로 선보인 디지털 위안화 때문이다. 이미 디지털 위안화 시범지역으로 베이징·상하이·선전·쑤저우·청두 등 11개 국내 도시와 홍콩·싱가포르를 통해 태국·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지역 테스트까지 마쳐 본격 사용이 카운트다운 단계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디지털화폐 연구'에 대한 행정명령을 꼽는다. 미국 대통령 사상 최초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연구와 암호화폐 혁신 지원을 촉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디지털화폐의 제도화와 미국 CBDC라 할 수 있는 디지털 달러 발행에 속도가 붙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디지털화폐 연구와 혁신'에 대한 행정명령 서명은 각국 정부의 비상한 관심 대상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디지털화폐 논쟁이 점화될 경우 현재 달러 패권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단 점 때문에 지금까지는 되도록 CBDC 논의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태도와 달리 미국이 디지털화폐 연구와 혁신 지원으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첫째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 중국 등이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국제결제망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점을 꼽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미국·유럽에 의해 미국 주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축출됨으로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전쟁이 어떤 결과로 끝나든 러시아의 SWIFT 복귀는 어려울 거란 얘기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무역 거래가 많고 이해관계과 맞아떨어지는 국가, 예컨대 중국·인도 등과 새로운 국제결제시스템 구축에 나설 공산이 대단히 높다는 의견인 셈이다.

이는 중국 입장에선 보면 절호의 기회다. 중국은 CBDC 디지털 위안화의 국내외 테스트를 세계 최초로 모두 마쳤다. 중국 주도의 국경 간 결제시스템(CIPS)을 갖추고 있다. 아직 SWIFT 결제의 3~4%에 불과하지만 수출입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러시아, 인도 등으로부터 디지털화폐(CBDC)를 활용한 국제결제시스템을 구축하면 확장 가능성은 상당할 거라는 평가다.

특히 디지털화폐는 스마트폰만으로 빠른 국제 간 거래가 가능하고, 포용금융에도 강점이 있어서 신흥국·후진국들을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다. 이미 지난 16일 러시아 의회의 아나톨리 아크사코프 금융위원장 발언을 계기로 중·러·인 3국 간에 은행결제 네트워크 제휴 논의가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둘째 민간이 발행하는 암호화폐 파워에 대한 재인식도 '디지털화폐 행정명령'을 서두르게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시키면 러시아은행의 디폴트 등 금융공황이 바로 발생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예상은 맞아떨어지진 않은 것 같다.

러시아에서 예상 외로 암호화폐를 활용한 자금 조달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 국민들은 1200만개 이상의 암호화폐 지갑이 활성화돼 있고, 수신잔액도 239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 암호화폐시장이 이미 3조달러 규모로 급성장한 점도 고려 요인이다. 함부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댔다간 미국에 반하고 중국, 러시아에 우호적일 위험성도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인을 합쳐 보면 향후 국제적으로 디지털화폐 논의가 급물살을 탈 공산이 높아졌다. 중국은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국제결제통화로서의 디지털통화 필요성을 많이 주장해 온 만큼 디지털 기축통화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문제점을 규제하고 혁신을 지원하는 제도화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규제라 해도 금지가 아닌 한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로운 산업에 대한 보호장치고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암호화폐로선 긍정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공약에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이 포함돼 있는 만큼 향후 정책 행보가 관심 포인트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