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국내 최초로 친환경 냉매 R32를 적용한 시스템 에어컨을 출시했다. 연초 삼성전자가 가정용 에어컨에서 포문을 연 데 이어 LG전자가 상업용 영역까지 R32 적용을 넓히며 친환경 바람을 주도한다. 캐리어에어컨, 위니아 등도 출시를 예고해 친환경 제품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최근 R32 냉매를 탑재한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판매를 시작했다. 연내 가정용 에어컨까지 적용을 확대해 친환경 라인업을 늘릴 예정이다.
R32 냉매는 단일 냉매로는 성능이 우수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친환경 냉매'로 불린다. 각종 온실가스의 지구온난화 효과를 수치화한 지구온난화지수(GWP)는 675로, 가정·상업용 에어컨 냉매로 주로 사용하는 R410A(2088) 대비 3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에 냉각 용량은 R410A보다 20% 이상 적게 사용해도 동일한 성능을 낼 정도다.
R32 냉매를 탑재한 제품은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에스' 라인업 중 상업용 모델 6종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기업·기관에서 주로 쓰는 시스템 에어컨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했다.
LG전자가 국내에서 주력 모델에 R32 냉매를 탑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가정용 이동식 에어컨에 일부 적용한 적은 있지만 범용 제품은 아니었다. 연내 가정용 에어컨까지 R32 냉매 탑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정용), LG전자(상업용)가 주도한 R32 냉매 바람은 에어컨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022년형 가정용 에어컨 신제품 중 90% 이상에 R32 냉매를 탑재해 출시했다. 캐리어에어컨도 이달 중 최초로 R32 냉매를 탑재한 가정용 에어컨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위니아 역시 기술 검증 중이다. 여기에 주요 기업 대부분이 올해 신제품 중 처음으로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도 함께 선보이면서 친환경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 에어컨 업계가 친환경 기술 접목에 집중하는 것은 규제 개선과 소비자의 눈높이 향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움직임 때문이다.
R32 냉매는 약가연성 물질로 분류돼 사용되지 못했지만 지난해 8월 전기용품 안전기준이 개정돼 국내에서도 상용화 길이 열렸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스탠드형 에어컨의 1등급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도 완화돼 올해 본격적인 제품 출시가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R410A 등 수소불화탄소(HFC) 계열 냉매 사용을 제한하고, 탄소중립 등 친환경 움직임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기술개발이 활발한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에 친환경 냉매 적용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는 등 제품을 통한 환경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