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결정 연기에 국민의힘 내부 혼란 가중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비위 의혹 관련 결정을 2주 뒤로 미루면서 당내 분란이 커졌다. 혁신위원회 출범과,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전 논란 등으로 누적된 갈등에 윤리위 징계 연기가 뇌관을 건드린 모습이다.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리위 결정에 당대표 신상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사안을 오래 끌면서 당내 불안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돈다. 앞서 22일 당 윤리위는 이준석 대표 징계 여부에 대해 소명을 들은 뒤 다음달 7일 회의에서 결론 내기로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부터)와 권성동 원내대표, 배현진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부터)와 권성동 원내대표, 배현진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당 중진의원들부터 사태 장기화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게 오래 가서 될 일은 아니다. 특히나 책임 있는 여당의 입장인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서야 되겠느냐, 빨리 연착륙할 방안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다른 방송을 통해 “뚜렷한 결론도 없이 계속 시간 끌기, 망신 주기를 하면서 지지층 충돌을 유도하고 결국 당을 자해한다”고 했다.

당 내부적으로는 친이(이준석)계와 반이계 사이 주도권 경쟁 구도가 2주간 지속되며 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핵심 참모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윤리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규 윤리위원회 규정을 살필 때 윤리위는 당무감사위원회의 절차를 거친 뒤에야 직접 징계안건을 회부할 수 있고 이후 징계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며 윤리위가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회 출범과 관련 “조국 수호로 상징되는 팬덤정치와 내로남불,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며 이 대표 징계 사안을 염두한 듯한 발언을 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대표는 앞서 혁신위원회 출범 관련 '자기정치'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어, 혁신위 활동 과정에서 차기 총선 공천룰을 안건으로 올릴 경우 당 분란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혁신위가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넘어 확실하게 저희가 의회에서도 다수가 되도록 기초를 닦는 역할을 충실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