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유가족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대통령 지정 기록물' 공개와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형사고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유가족인 이래진 씨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시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을 건 물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편지대로 진실을 밝혀 책임질 수 있도록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해달라”며 “민주당이 이를 7월 4일까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거나 다음 달 13일까지 국회에서 의결이 되지 않으면 문 전 대통령을 형사고발 하겠다”고 말했다.
또 “SI(특수 정보)가 들어왔다면 보고와 해경·해군작전사령부 등 통신망을 통해 구조 요청했어야 한다. 결국 논점과 쟁점은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여부”라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대통령 지정 기록물 공개와 관련한 국회와 민주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특히 이번 주 공식 출범하는 '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태스크포스(TF)'에서 대통령 기록물 공개에 대한 국회 의결을 제1호 과제로 추진해줄 것을 건의했다. 그러면서도 유가족 측은 일각에서 제기 중인 SI(특수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유족 측 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유가족과 우 위원장의 만남 이후 취재진과 만나 “SI 공개에 대한 (유가족 간의)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국방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안전보장을 이유로 SI 공개에 대한 소송은 패소했다”며 “유가족 측은 이를 이의 없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정보(대통령 기록물)는 안전보장과 관련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유가족 측은 SI가 아닌 대통령 지정 기록물을 공개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지정 기록물과 관련해 해당 TF를 중심으로 논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 위원장은 유가족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이 정보 공개와 관련한 시한까지 정해서 올 줄은 몰랐다. 문 전 대통령 고발부터 얘기해서 당황했다”고 돌아봤다. 아울러 “당은 당대로의 스케줄이 쭉 있다. TF를 중심으로 논의해서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안보에 장애가 되지 않는 자료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자료를 분류해서 이건 되고 이것은 안 된다고 말씀을 드리긴 어렵다. TF에서 검토한 뒤 판단할 내용”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면담 과정에서 이번 만남을 언론에 공개할지 여부와 관련해 유가족 측과 우 위원장의 설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유가족 측이) 언론을 불러서 얘기하자고 하더라. 그런데 왜 언론 안 부르냐고 하면서 소리를 지르더라”며 “그래서 왜 소리를 지르냐,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냐고 물어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언론플레이라는 말 쓴다고 화내시길래 묵묵히 들었다. 유족을 좀 뵙고 유족들이 원하는 게 뭔지 청취하는 게 면담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후 면담이 순조롭게 이뤄진 것으로. 조오섭 대변인은 “(우 위원장이) 즉시 사과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듣는 사람이 다르게 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씨 역시 “항의한 뒤 (우 위원장이) 사과했다”고 밝혔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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