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달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대출이자가 상승하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차주들의 부담도 함께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3% 상승하면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대출자가 19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빼고 나면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로 분류된다. 소득세와 건강보험료까지 제외하면 DSR 90% 초과자는 약 12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금리 인상은 생계형 금융을 이용하는 서민에게 더욱 가혹하다. 부동산 등 담보물이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층 차주는 고금리 대출 시장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와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도입되면 중저신용자에 대한 시중은행의 문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일정 수준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고신용자 내지 고액자산가 위주로만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이른바 '대출 가려 받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환대출 플랫폼은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 간 갈등이 첨예, 도입이 지지부진하다. 금융당국이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넓은 시야에서 실효성 있는 금리 인하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은 디지털 기술로 투자자와 차입자를 연계하는 P2P(peer to peer) 금융이 근거법 제정을 통해 제도화된 것이다. 온투업 제도화는 투자자 보호와 중금리대출 활성화가 큰 동인이었고, 온투업권 스스로도 중금리대출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최근의 경제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위해 온투업권을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도 이렇다 할 만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발표된 금융규제 혁신과제도 온투업권과는 거리가 먼 내용만 포함됐다.
온투업을 활용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는 2금융권 등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의 자금이 온투금융사의 연계를 통해 중금리대출로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다.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규모가 늘어나고 온투업권의 중금리 대출은 줄어들고 있는 현재 상황에 맞물려 큰 효과가 기대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온투업법에는 이미 금융기관이 온투업 플랫폼을 이용해서 대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집행지침 등 세부 규정을 내놓지 않아 금융기관이 온투금융사를 통한 대출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시도의 부재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해석이나 지침 등 비교적 단순한 행정 조치로 정책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규정 정비에 나섰더라면 지금 이미 금리 인하 기능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신생업권에 대한 관심 부재로 이러한 규제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데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시기가 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규제 혁신을 통한 기업 활력 제고'의 메시지를 적극 알리고 있다.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를 모래주머니에 비유하는 등 강한 규제 혁파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규제혁신장관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도 “규제 합리화는 추가 재정 부담 없이 경제 활력과 역동성을 제고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온투업권에는 이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만 들린다. 금리 인하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온투업권 관련 규제도 걷어내야 할 것들을 찾아봐야 할 때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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