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건강한 삶을 원한다. 고령사회 진입과 경제 성장으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관심은 건강과 직결된 바이오헬스 산업에 집중됐다.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2019년 10조7915억달러에서 2026년 16조1919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도 미래 가치가 있는 국가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아 왔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세계를 덮친 지도 어느새 2년이 지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발생은 각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자국 공급망 구축을 촉발했고, '세계는 하나'이던 지구촌을 그리워하게 했다. 위기 앞에서 자국 보호주의를 내세웠고, 백신 개발 등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세계 시장을 선점했다.
최근 글로벌 보건기구 가운데 가장 큰 민간 기관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의 이사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전염병은 국경 안에 멈추지 않고 세계로 퍼지기 때문에 국가 불평등 해소와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와도 미래 감염병 대비를 위해 글로벌 보건의료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교역이 어려워지고 글로벌 밸류 체인이 무너지면서 자체 개발과 생산 역량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하고 글로벌로 도약하기 위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목표는 바이오헬스 혁신으로 국민의 건강 증진과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바이오헬스 투자를 가속하고, 규제를 혁신하며, 혁신 인프라를 조성하고, 글로벌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주요 대책을 살펴보면 우선 백신·치료제 개발을 지속 지원하며, 개발된 국내 백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미래 감염병 발생 위험이 있는 코로나·메르스 등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 물질 연구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핵심기술 개발에도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바이오헬스 민간 투자를 견인할 계획이다. 백신·치료제 기업은 2026년까지 13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소기업 저금리 정책자금과 신산업 분야 기술보증, 대기업 시설투자 공제율 상향 등 금융·정책 지원을 확대해 나간다. 해외 기업의 국내 유치를 위해 법률, 입지, 조세 등의 맞춤형 밀착 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에 발맞춰 정부도 투자에 나선다. 혁신적 신약 개발을 위해 임상 3상 등에 투자하는 'K-바이오·백신 펀드'를 조성한다. 임상 3상은 1000명 이상의 규모와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비용이 대폭 늘어나며, 위험 부담이 크다. 'K-바이오·백신 펀드'는 기업은 부담에서 벗어나 임상 3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민·관 합동으로 올해 5000억원 규모를 우선 조성하고, 향후 1조원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기업 성장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오래된 규제도 혁파한다. 디지털·첨단바이오 등 기존 제도로 판단이 어려운 신산업 영역에 대해서도 규제 혁신 방향을 제시, 현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한다. 인공지능·디지털 기반으로 개발되는 혁신 의료기기의 의료현장 진입 기간은 단축한다. 의료기기는 인허가 후 비급여 등으로 우선 사용토록 하고, 축적된 임상자료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심사 절차를 통합하여 1년여 걸리던 평가 기간을 80일로 대폭 단축한다. 넷째 개인 의료데이터(마이 헬스웨이) 플랫폼과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개인에게는 건강관리 기회, 기업에는 대국민 서비스 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 감염병 대비를 위한 국제 공조도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중저소득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 교육을 책임지는 인력양성 허브를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과 교육 인프라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단독으로 선정됐다.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역량을 더욱 빛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11월 개최되는 '세계 바이오 서밋'을 통해 국제기구와의 협력 및 국가별 파트너십 확대로 다시 한번 우리 정부의 역량과 글로벌 리더십을 확고히 다질 것이다.
사고나 응급 상황에서 생존 확률이 높은 시간대를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에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정부는 규제 개선 노력에 앞장서고 기업은 이를 기회로 삼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이 있을까? 바로 지금이다. 정부와 기업의 역량을 집중, 골든타임의 힘을 기대해 본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
○ 이기일 차관은 = 1965년생으로서 철도고와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오리건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인제대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제3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복지부 보육정책과장과 인사과장, 대통령실 실장비서관, 복지부 보육정책관·대변인·보건의료정책관·건강보험정책국장 등 보건의료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9월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실장에 임명됐으며, 2021년 7월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을 맡아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총괄하며 정례브리핑을 통해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