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범정부 가상자산 TF에 바란다

[블록체인 칼럼]범정부 가상자산 TF에 바란다

최근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범정부 디지털 자산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첫 회의가 열렸다. 가상자산과 법정화폐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실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스테이블 코인 규제 관련 토의가 있었다고 한다. 스테이블 코인을 첫 안건으로 채택한 이유는 가상자산 안건 가운데 비교적 규제 대상이 명확하고, 규제 관련 선진 사례가 많으며, 시장 파급 효과가 덜하다는 점이다. 정부 주요 공약인 가상화폐공개(ICO)의 국내 허용과 증권형토큰공개(STO) 입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토의는 앞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번에도 TF가 변죽만 울리거나 시장 수요 및 이의 시급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민간과 산업계의 실망감은 심각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견임을 전제로 TF의 성공적 운영을 당부한다. 현재 소비자와 산업계의 가장 큰 기대는 가상자산 공모의 국내 허용이다. 디지털 자산 TF는 가상자산의 글로벌화를 지향하기 위해 ICO의 국내 허용을 우선적으로 토의해야 한다. 2017년 가상자산 광풍으로 국내 ICO가 전면 금지된 이후 5년이 지나는 동안 해외 ICO로 말미암은 국부 유출이 심각하고, MZ세대를 비롯한 금융 약자들의 소액투자 기회가 상실됐으며, 국내 ICO 시장의 성장 및 성숙이 지체됐다. 타국에 비해 처진 ICO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당국의 전향적 조치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ICO의 국내 허용에 대한 기본 방향과 핵심 내용이 TF를 통해 공론화돼야 한다. 현재 민간을 포함한 범정부 TF가 구성됐지만 그 가운데 금융 약자와 블록체인 산업계를 대변할 구성원이 부족하다. 성공적 TF 운영을 위해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심층적 이해력을 발휘하고, 타 부처와의 전 방위적 소통과 정책 조율이 가능한 가상자산 전문 공무원이 보강돼야 한다. 이번 TF에서도 부처 간 상반된 정책과 충돌로 말미암아 결론 도출이 지지부진하거나 미봉책을 제시한다면 블록체인 규제 혁신을 기대하고 있는 소비자와 산업계의 실망이 극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결론 도출이 불가할 경우를 대비한 상설 컨트롤타워 설치도 필요하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뤄 보면 극심한 부처 간 이견으로 결정이 무산되거나 타협안만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부처 간 갈등을 조율할 별도의 상위기구를 신설, 해결하기를 권고한다.

또 ICO의 국내 허용과 더불어 자본시장 가상자산 도입을 견인할 STO에 관한 입법 여부도 범정부 TF의 시급한 현안이다. 정부가 약속한 대로 올해 말까지 과연 이에 대한 상응한 조치가 나올지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STO는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증권, 부동산이나 예술품 등을 토큰화하고 이를 대중에게 판매해서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유가증권인 실물 주식을 일정 요건을 갖춘 후 당국의 허가를 받아 자본시장에 상장, 필요자금을 조달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다만 주식 공모는 정부 당국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까다로운 이행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일정 부분 투자자에게 지분을 양도해야 한다. 반면에 ICO나 STO 등의 가상자산 공모는 주식 공모와 달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투자자에게 지분을 양도할 필요가 없으며, 공모를 위한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부재해서 시행이 용이하다. 소비자 보호나 불법 자금 유통 방지를 위해 현재 STO 가상자산 공모는 국내에서 금지돼 있다. 2020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아직 공모, 매매, 유통 등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제정되지 않아 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STO는 최근 금융기관 업종 혁신 방안이 발표돼 은행 및 증권사를 비롯해 관련 기관들의 심층적 연구 활동과 업종 간 제휴가 활발하며, 특히 기존 업무와 유사성이 높은 증권업계의 참여가 활발하다. 이와 함께 민간 시장의 투자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STO는 기존 주식시장의 기본 인프라와 제도를 활용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제도권 편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TF를 통해 신속히 관련 제도와 법령이 준비되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STO의 제도권 편입을 선호하는 당국과 자율적 시장 활성화를 바라는 산업계의 의견이 조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금융은 라이선스 기반 업종으로, 당국의 인허가 여부가 핵심이다. 관련 제도의 시의적절한 입안 및 운용을 위한 금융당국의 리더십과 전문가 확보가 필요하다. 담당 업무의 한시성으로 말미암은 전문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개방형 전문 공무원제도가 강화돼야 한다. 가상자산 정책이 선험적으로 기획돼야 한다. 또 관련 업계,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 간 활발한 교류와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 부처의 IT 담당관이나 정보화기획관 같은 전문 분야의 고위직이 가상자산 운용 분야에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 IT나 정보화 영역과 독립적인 디지털 가상자산 담당관제 신설이 필요하다. 가상자산은 기술뿐만 아니라 부처 간 정책이나 업무를 전 방위적으로 혁신하는 융합형 패러다임으로 인정돼야 한다. 이를 통해 부처 내 다양한 정책이 기획되며, 필요시 타 부처 및 시장과 협업해야 한다. 앞으로 범정부 TF 구성이나 운용 시 가상자산 담당관제 활용을 권고한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smi99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