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 초 규제완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어 금융플랫폼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융회사와 빅테크가 일제히 '반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방탄소년단(BTS) 같은 세계적인 금융사가 탄생할 수 있게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해묵은 과제인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취임 직후부터 금융혁신, 규제완화에 공을 들였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과거 전통적 틀에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김 위원장은 “BTS 같은 글로벌 민간 금융사 육성”을 다시 꺼내들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제약하는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규제완화 결정판은 지난 23일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발표한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이다. 김 위원장은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에 각각 선물을 안겨주면서 양쪽 모두를 품에 안았다.
앞으로 은행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뱅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 플랫폼에 맞설 '슈퍼 앱' 탄생의 초석을 다질 수 있게 됐다.
중장기적으로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지주사가 통합 앱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금융권 숙원을 풀어주겠다고 했다.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김 위원장의 추진력으로 오랫동안 요구해온 규제완화가 일시에 풀리게 됐다”며 “이제야 말로 빅테크에 맞설 금융 플랫폼 육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빅테크도 김 위원장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빅테크가 보유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예금, 보험 등 금융상품을 중개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면서 플랫폼이 한 단계 더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금융사와 빅테크 의견을 모두 들은 뒤 플랫폼 금융서비스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면서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너무 성급한 규제완화로 소비자보호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보단 회사의 이익이 우선돼 자칫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빅테크가 금융권을 잠식해 들어오면서 기존 금융사가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보험업계 현안 간담회'에서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빅테크의 보험 진출이 논의되고 있는데 동일행위 동일규제 원칙에 부합하는 적절한 보완방안과 함께 논의돼 공정한 규제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