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중진협의체'에 초·재선 의원들 반발… “국회의장은 권한·지위 벗어나지 말라”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중진협의체'를 제안한 가운데 초·재선 의원들이 이에 반대 의사를 냈다. 김 의장이 권한 밖의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소속 초·재선 의원들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진협의체는 대의민주주의에 맞지 않다. 올바른 책임정치가 아니다”라며 반대의사를 냈다.

김 의장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한 후반기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협치를 위한 여야 중진협의체를 제안했다. 이후에도 “국회가 교착상태일 때 중진협의체에서 충분한 토론·논의를 해서 국무위원하고 협의한 뒤 권고안을 만들어 원내대표단에 공고하면 아무래도 국민이나 언론이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다선 의원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초·재선 의원보다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것을 우려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초·재선 의원들은 이른바 '강한 야당'이 아닌 정부 들러리가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들은 “중진 협의체를 운영하면 민주당은 권한을 하나도 행사하지 못한 채 정부의 책임만 나눠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무능한 정부를 견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힘 있는 야당이 필요한 것이지 정부의 들러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은퇴한 의원이 아닌 현역 의원이 조언하는 역할로 참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중진 의원이라 결정권을 갖는 것도 말이 안 된다”라며 “선수가 많다고 대표성을 더 부여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민형배 의원은 “국회의장은 국회의장의 권한과 지위를 벗어나지 말라. 위치를 벗어나지 말라”며 “필요하면 국회의장이 우리를 찾아와서 설득해야 한다. 이 일은 부당한 방법으로 대표성을 자신들에게 부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뽑는 이유가 있다. 5선도 초선도 모두 한 명의 국회의원”이라며 “영수회담 등의 방식도 있는데 5선이나 4선 등의 협의체를 만드는 건 권한 밖의 일”이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 역시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원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김용민, 김병기, 김영호, 김윤덕, 박찬대, 신정훈, 임종성, 강민정, 강준현, 김병주, 김수흥, 김승원, 양이원영, 유정주, 윤영덕, 윤재갑, 장경태, 정일영, 정필모, 주철현, 최강욱, 황운하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서명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