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송금 규제 논란이 '전용계좌 발급' 문제로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간편송금 서비스 대신 '자금이체업' 라이선스를 받아 사업자가 송금업무를 영위하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간편송금을 이용해왔던 전 국민이 새로 전용계좌를 발급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계좌이체' 방식으로 송금 프로세스가 전환됨에 따라 더 이상 무료 간편송금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거래소처럼 간편송금 기업과 금융사가 제휴를 맺고 전용계좌를 신규 발급하는 방안 △사용자 개인이 보유한 기존 계좌를 연결하는 방안 등을 살피고 있다.
이 중 전용계좌를 발급하는 방안은 가상자산거래소가 시중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문제는 전용계좌를 '신규' 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간편송금을 이용하는 전 국민의 신규 계좌 발급이 사실상 강제된다.
이와 동시에 자금이체업자는 전용계좌 발급을 위해 은행과 제휴를 맺어야 한다. 가상자산거래소 원화마켓과 마찬가지로, 시중은행이 사실상 자금이체업을 허가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는 현재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간편송금의 유료화를 부추길 수 있다.
현재 간편송금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본인 계좌를 1개 혹은 여러개 연결해 선불금을 충전해 거래하거나, 계좌를 연결하지 않고 계정을 기반으로 선불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때, 계정 간 송금은 전금업자가 은행에 지불할 펌뱅킹 수수료 부담이 적기 때문에 대부분 계정 기반 송금 서비스는 무료다.
하지만 자금이체업처럼 별도 은행 계좌를 일일이 붙여야 한다면 펌뱅킹 수수료가 크게 발생한다. 송금업자가 소비자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진다. 간편송금 규제가 은행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간편송금 거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금세탁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자금이체업 허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금업자들은 지난 2019년 7월 특정금융거래법 개정에 따라 기존 금융회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고객확인(KYC), 의심거래보고 등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고 반발한다. 또한, 무기명식 송금은 계좌를 연결하지 않고 선불금을 충전한 후 이용하는 형태일 뿐, 서비스 가입자들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명식과 무기명식 모두 실명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을 통해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금업자들에게 기존 금융사와 동일한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여하고, 현재까지 실제 간편송금을 통한 자금세탁 폐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미 촘촘히 강화된 규제에 새로운 규제를 더하고 있다”며 “효용성 없이 소비자 불편만 가중시킬 수 있는 옥상옥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자금이체업자, 은행 제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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