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쏟아부은 모바일카드 결제인프라 ‘무용지물’ 되나

수년간 최소 수백억원을 투자해 구축한 비접촉식 모바일카드가 IC카드단말기 전환 추진과정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새롭게 구축되는 IC카드 결제단말기가 플라스틱 카드 접촉 결제 방식에 무게를 두고 표준화와 결제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 IC결제단말기 보급사업과 관련 단말기 표준화와 보급 예산 문제에 밀려 비접촉방식인 모바일카드 결제 방식을 단말기에 포함시키느냐가 뒤늦게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결론은 해당 태스크포스(TF)팀에서도 아무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모바일카드는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일반 플라스틱 카드 대비 결제율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IC단말기 보급 사업에 이 모바일카드 결제방식을 연동시킬지, 배제할지 구체적인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하나SK카드 등 모바일카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일부 카드사는 IC카드 결제 단말기에 비접촉식 결제방식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문제는 단말기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문제와 표준화 방식 등을 놓고 업계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모바일카드 결제 연동에 대해서는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투자했던 모바일카드 결제 인프라가 제2의 ‘모네타’처럼 폐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제기 됐다.

IC카드 전환 TF에 참여한 카드사 관계자는 “IC단말기에 모바일카드 결제방식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수백억원을 들여 추진했던 가맹점 모바일 결제 인프라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IC단말기의 양적 보급에만 치중할게 아니라 모바일카드 등을 수용할 수 있는 복합형 IC단말기 보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바일카드의 결제방식을 연동할 경우 IC카드 단말기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어 투자비도 동반상승하는 부담이 있다”며 “하지만 비접촉 결제방식을 연동하지 않을 경우, 모바일카드 결제 단말기를 또다시 투자해야하는 이중투자 폐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TF에서도 이 결제방식에 대해 논의가 있었지만 추후 안건으로만 미뤄 놓은 상태다.

반면에 밴(VAN)업계는 모바일카드가 상대적으로 플라스틱 카드에 비해 결제율이 낮아 IC카드 단말기와는 별개로 카드사가 별도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시장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IC결제 단말기에 모바일카드 결제방식까지 포함할 경우 엄청난 투자액이 들어갈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감안해서 모바일카드 부문은 카드사가 별도로 투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