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십억원을 들여 구축 중인 ‘국가긴급이송정보망’이 부처간 칸막이로 해상재난에는 사용을 못할 전망이다. 육지와 해양 사고 신고시스템도 운영기관이 제각각이어서 소방방재청이 구축한 국가긴급이송정보망은 육지에서만 사용 가능한 ‘반쪽’ 시스템에 불과하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이 지난해부터 2년여 동안 구축 중인 국가긴급이송정보망이 내년 가동 예정이지만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이 담당하는 해양재난에는 적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지재난만 담당하는 소방방재청과 해양재난을 총괄하는 해수부·해경의 협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구급차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연계, 주변 병원정보를 받아 응급환자를 효율적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이어 올해는 중앙 119구급상황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해상의 선박사고 신고 등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해양 선박사고 발생 시에도 인명구조나 긴급환자 이송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해상 선박신고 대응이 이뤄지기 위해 해양재난을 담당하는 해수부와 해경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해양재난은 해수부와 해경이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어 소방방재청이 주도적으로 해양재난 시 구조와 환자 이송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해수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소방방재청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진도 현장에 설치된 범부처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참여만 할 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산림청·해수부 등과 협의해 헬기 운항정보를 공유해 보유 헬기를 재난대응에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었지만 해양재난에는 적용하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 소방방재청은 대거 헬기를 진도로 급파했지만 해경과 적절하게 협업이 이뤄지지 않아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육지재난 신고시스템인 119 시스템과 해양재난 신고시스템인 122 시스템이 상호 연동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세월호 참사 첫 신고도 119로 이뤄졌다. 이후 해경의 122로 다시 신고접수가 이뤄지는데 안타까운 시간이 소비됐다.
재난 전문가들은 “재난별로 산재된 주무부처를 통합, 이에 맞게 신고시스템과 구조·긴급 이송시스템도 모두 통합돼야 한다”며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구조와 긴급 이송체계는 효과적인 재난을 대응하는 데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미국 등은 재난 발생시 일원화된 구조와 환자 긴급이송이 가능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각종 재난신고 번호를 911로 통합, 활용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