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는 공짜’. 10여년 전이라면 몰라도 요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아무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필요해 쓰니 값을 줘야 한다고 인식한다. 그런데 정부 당국자들 생각은 다른 듯하다. 틈만 나면 SW 산업 육성을 외치는 입으로 ‘SW=공짜’를 설파한다.
정부가 특정 SW와 시스템을 개발해 관련 기관이나 기업에 무상 배포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SW업계가 제발 이를 중단하라고 십 수년을 외쳤건만 ‘쇠귀에 경 읽기’다.
SW 무상 배포는 언뜻 장한 일로 보인다. 기관과 기업은 공짜로 받아 쓰니 좋다. 중복투자 방지와 예산절감 효과도 생기는 듯하다. 실제로는 딴판이다. 기관과 기업마다 요구하는 SW 기능이 다르다. 이를 일률적으로 만들어 배포하니 실제 쓰임새가 맞지 않아 불편하다. 업무만 느는 사례도 있다. 아예 다른 SW를 가져다 쓰고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SW산업에 엄청난 해악을 미친다. SW업체들이 경쟁하면서 가져갈 시장 수요를 정부가 가로채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2008년 정부가 온나라시스템을 무료 배포해 당시 100여개 기관에 관련 시스템을 공급한 중소SW 기업이 직격탄을 맞아 상장폐지된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그렇다고 정부 무상 SW 개발에 참여한 기업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일정 시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낮은 공급가격을 감수해야 한다. 지식재산권마저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 무료 배표가 끝나면 공급도 끝이다. 무상 SW 참여 기업이 일류 SW 기업으로 도약하기는커녕 지속 성장도 장담하지 못한다.
정부는 아주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SW 무상 보급을 중단해야 한다. 필요한 기관과 기업 스스로 민간에서 조달하도록 해야 도입 효과도 높아지며, SW 산업도 발전한다. 정 중복투자나 예산낭비가 걱정이라면 이를 막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도입 기관과 민간 SW업체가 준수하도록 강제하면 그만이다. 산업만 망가뜨릴 무상 SW 배포를 정부가 고집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이런 일을 정부 할 일이라고 여긴다면 대단한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