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이 신흥 해외 시장으로 인도네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 4위 인구와 16위 경제 규모로 잠재성이 커 새로운 진출지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들이 협력사 확보와 연구개발(R&D) 지원 등 인도네시아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경쟁 업체가 많아 영업이 용이치 않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쉽게 버리지도 못하고 얻을 수도 없는 ‘계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W기업이 동남아 시장 가운데 인도네시아 성장세에 시장 공략에 나서지만 투자에 비해 성과가 낮아 고민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개발한 한 국내 SW기업은 2000년대 중반 30여명 이상 직원을 두고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했지만 최근 인원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돈이 넘치지만 실제로 수익을 내는 기업은 적다”며 “세계 IT기업이 모두 시장에 들어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SW 수출 대상국으로 수년째 관심이 쏠린 일본 시장만큼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 차별화 전략이 없으면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회사는 최근 직원 100여명 이상 총판 협력사 등이 많아지는 점을 들어 지속적인 인도네시아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R&D 투자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국내 SW기업 한 곳은 인도네시아 공과대학과 협력해 현지 인력을 양성하고 동남아 시장 확대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회사 대표는 “정부기관과 군 당국에서 보안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인도네시아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제안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 대비 손익을 따져보면 아직까지는 적자 시장”이라며 “인도네시아가 일본, 미국 등에 비해 현지 사업 진행 속도가 느리고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불편함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지 판매 전문업체를 확보하고 원격지원 솔루션을 팔고 있는 SW기업도 인도네시아에 진출 성과가 크지 않다. 패키지 SW를 팔기에 인도네시아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회사 관계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거점을 뒀지만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며 “특히 B2B 시장에서는 패키지보다 시스템통합(SI) 쪽이 더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지난 2009년 인터넷 사용자가 3000만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8000만명으로 늘어난 만큼 SW·IT기업에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면서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SW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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