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존 시스템통합(SI) 사업에만 머무르지는 않겠다.”
최근 포스코ICT 대표에 취임한 최두환 사장 말이다.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SI사업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삼성SDS는 지난해부터 대외 공공·금융 SI시장에서 전면 철수했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을 중심으로 주력 사업이었던 SI비중을 축소하는 탈SI 바람이 거세게 분다. 더 이상 인건비로 승부하는 SI시장만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대표주자는 삼성SDS다. 삼성SDS는 지난해 하반기 대외 공공·금융 SI사업 전면 철수를 선언한 후 물류·제조 등 분야의 솔루션 사업을 강화했다. 수천억원을 들인 물류 IT솔루션 ‘첼로’는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수의 계열사에 적용됐다. 외부 기업에도 공급됐다. 해외 물류IT 사업은 지난해 1조8370억원을 기록, 시작 2년 만에 전체 매출의 3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제조생산관리솔루션(MES), 단말제어관리보안(MDM), 모바일영업솔루션(MSS) 등도 육성한다. 이미 상당수 삼성그룹 계열사에 적용됐다. 전동수 삼성SDS 대표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물류IT, 클라우드 등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솔루션을 개발, 관련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CNS도 탈SI를 고민한다. 스마트그린·빅데이터·스마트교통 솔루션을 내세우지만 초기단계의 시장과 개정 SW산업진흥법에 막혀 국내서 많은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무인헬기와 국방 SW도 신사업으로 선정, 원신스카이텍과 코리아일레콤 지분을 인수했지만 역시 수익화에 시일이 걸린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원신스카이텍과 코리아일레콤을 합병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 C&C의 탈SI 전략에는 엔카 사업이 있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중고차 유통환경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확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3월에는 호주 온라인 자동차업계 1위인 카세일즈닷컴과 글로벌 중고차 온라인 유통 전문합작사를 설립했다. 중국과 동북아 시장에 진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실제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에는 시일이 필요하다.
포스코ICT도 솔루션을 내세운다. 중소기업용 전사자원관리(ERP) 등 솔루션 판매 채널도 확보한다. 옛 포스콘 기반 엔지니어링 IT사업도 탈SI의 한 축이다. 롯데정보통신도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그리드를 육성한다.
이처럼 대형 IT서비스기업이 다양한 신사업으로 SI사업 한계를 극복하려 하지만, 삼성SDS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신성장 사업이 대부분 매출 규모가 작거나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되기까지 시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형 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신성장동력 확보는 그룹의 전폭적 지원이 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격차가 크게 발생한다”며 “신성장 동력 확보 여부에 따라 업계가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