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하고 페이스북하고...병영 소통문화가 바뀐다

휴대폰 대여서비스가 장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휴가나 외박 시, 부대 내에서도 제한적으로 통화, SNS가 가능하다. 29일 서울 용산 국군복지단 PX(군부대 내 매점)에서 병사들이 휴대폰을 빌리고 있다.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휴대폰 대여서비스가 장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휴가나 외박 시, 부대 내에서도 제한적으로 통화, SNS가 가능하다. 29일 서울 용산 국군복지단 PX(군부대 내 매점)에서 병사들이 휴대폰을 빌리고 있다.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카카오톡으로 여자친구를 사귀었죠.”

지난 21일 강원도 최전방 A부대(보안상 부대 표기 생략). B상병은 3일 전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부대에서 빌린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대학동기와 연락을 주고 받다가 결실을 얻었다. B상병은 “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군 생활 낙이다”며 “스마트폰이 들어온 후 부대가 더 활기차게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폐쇄적 조직문화, 구타와 가혹행위로 얼룩졌던 우리 군이 정보통신기술(ICT) 도움을 얻어 병영문화를 혁신하고 있다. B상병이 군 생활 중에도 여자친구를 사귀는 일이 가능했던 것은 군이 시행 중인 ‘군장병 휴대폰 대여서비스’ 덕분이다. 일명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8월 출범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권고한 것을 국방부가 받아들이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소통이 병영문화를 바꾼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 것이다. 사업자로 선정된 이지모바일(대표 김도균)은 국군복지단과 계약을 맺고 7월부터 강원지역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서비스 ‘이지톡’을 군부대에 공급했다. 육해공군에 3만5000여대를 설치한다. 진척률은 10% 정도다. 부대 규모에 따라 10~20대 스마트폰을 매점(PX)에 비치해놓고 하루 또는 휴가·외박 기간 동안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병사들은 개인 전화번호가 부여된 유심칩을 충전해 사용한다.

사병들 반응은 뜨겁다. 공중전화 등 제한적인 소통만 가능했던 병사들은 입대 전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에 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지모바일이 사용패턴을 분석해보니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이용률이 90%에 달했다. 부대에 설치된 PC는 휴대폰을 통한 본인인증이 안 되기 때문에 SNS 사용이 불가능했다. 빌린 스마트폰은 당일만 사용할 수 있어 아침부터 PX에 긴 줄이 늘어선다고 한다. A부대 PX병인 C상병은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PX에서 유심 선불요금을 충전하는 게 유행이 됐다”고 말했다. 유심은 1만·2만·3만원 단위로 충전할 수 있다. 상병 월급은 15만8000원이다.

병사들만 좋은 게 아니다. 부대 관리자도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다. 소통욕구가 해소되자 자발적 충성심이 높아지고 휴가나 외박을 나갈 때도 수시로 연락이 가능해졌다. A부대장은 “스마트폰 대여로 병사와 간부 간 대화도 활성화됐다”며 “소통이 활발해지는 것 자체가 병력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도 “병사들 호응이 좋아 빨리 도입되기를 바라는 부대가 많다”고 했다.

휴대폰을 항상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점심시간 또는 일과시간 이후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장소도 PX, 간부식당 등으로 제한된다. 장소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스마트폰 기능이 정지된다. 보안 기준은 엄격하다. 단말기에는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스마트폰 보안솔루션 ‘녹스’가 적용돼 카메라 등 민감한 기능 사용이 원천 차단된다. 이지모바일이 5년간 연구개발한 모바일기기관리(MDM) 보안시스템을 탑재해 통화와 문자, 카카오톡, 페이스북 네 개로 기능을 제한했다. MDM시스템은 우리 군 3대 보안검증을 통과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우리 군의 유례없는 소통문화 정착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대여서비스에 적용된 보안기술력과 장병 안보의식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부대에 몰래 숨겨 들어온 휴대폰의 보안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정부가 보증하는 군장병 휴대폰 대여서비스 보안기술을 믿고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