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결산]자동차 `이변과 돌발의 연속…하지만 성장세는 계속됐다`

올 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상황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전통적 강자 아성이 무너지고 새로운 강자 약진이 두드러졌다. 신뢰도를 트레이드마크처럼 내세웠던 독일차 이미지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앞에 무너지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호시탐탐 자동차 시장을 노려온 IT 기업의 본격 행보도 시작됐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운용체계(OS)를 탑재한 자동차가 나왔으며,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도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이들 IT기업은 자율주행 기술을 발판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 강화를 노린다.

한국지엠이 11일 출시한 쉐보레 임팔라 사전 계약은 2000대를 돌파했다.
한국지엠이 11일 출시한 쉐보레 임팔라 사전 계약은 2000대를 돌파했다.
[2015 결산]자동차 `이변과 돌발의 연속…하지만 성장세는 계속됐다`
1일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관계자가 아우디 차량을 시험 검사하고 있다.
1일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관계자가 아우디 차량을 시험 검사하고 있다.
[2015 결산]자동차 `이변과 돌발의 연속…하지만 성장세는 계속됐다`

◇내수 판매량 역대 최대, 이변과 돌발의 연속

내수 시장은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업계는 올해 내수 판매량이 지난 해 대비 2.0% 증가한 165만5000대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정도만 해도 1996년 165만대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기록이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개별소비세를 낮추면서 판매량은 훨씬 늘었다. 2000cc 초과 승용차에 대한 개소세를 6%에서 5%로 낮췄을 뿐만 아니라 8월 27일부터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5% 개소세를 3.5%로 인하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개소세 인하와 다목적차 판매 증가 효과로 인해 올해 내수 판매량이 전년 대비 8.1% 증가한 18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산차 내수 또한 전년대비 6.5% 늘어난 154만대가 예상된다.

이렇게 판매량이 급증한 데에는 신차 활약이 컸다. 쉐보레 스파크는 지난 8월 6987대가 판매돼 7년 8개월 만에 기아차 모닝 월간 판매량 6954대를 33대차로 제쳤다. 모닝은 2008년 1월 경차 기준이 800cc 미만에서 1000cc 미만으로 바뀌면서 경차로 편입된 이후 7년 7개월간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켜온 부동의 강자였다. 이후 기아차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다시 1위에 오르긴 했지만 스파크 돌풍은 이변이었다.

쌍용차의 효자 티볼리 또한 예상 밖이었다. 1월 출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던 티볼리는 7월 디젤 출시 이후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났다. 지난 10월에는 5000대를 돌파했는데, 쌍용차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티볼리 판매 증가로 내수판매가 12년 만에 1만대를 돌파하는 등 이변을 쏟아내면서 쌍용차 경영 정상화 길도 열렸다. 지엠 임팔라 또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물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국내 시장 영향은 미미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뉴스는 폭스바겐의 저감장치 고의 조작사건, 이른바 ‘디젤게이트’다. 폭스바겐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땅에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이 영향으로 디젤 시장 자체가 휘청거렸다. 내년 미국 시장에서 디젤 신차는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국내에서도 이는 엄청난 뉴스였다. 국내 역시 환경부 조사결과 임의 조작사실이 드러났다. 과거 실험 조사 결과에서도 나왔지만 한국 정부가 덮어뒀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국내 소비자 배신감은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사태 이후 60개월 무이자할부와 같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11월에는 수입차 중 판매량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947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지난달 4500대를 넘어섰다. 미국 시장에서 전년대비 15%나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디젤 시장 역시 휘청거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파장은 없었다. 내년에도 SUV를 비롯한 디젤 자동차 내수 판매 전망은 ‘맑음’이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론칭으로 재도약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기 위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고급차는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 양극화 등으로 대중차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대중차에 대한 이미지를 벗고 현대차 전체에 새로운 동력을 마련해 줄 전략으로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전략을 선택했다. 현대차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며 제2 도약을 다짐했다.

고급차 기술력과 이미지가 대중차로 전이되고, 대중차 판매 증가가 고급차에 대한 투자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는 폭스바겐그룹이나 토요타그룹 등이 갖고 있는 핵심 경쟁력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앞다퉈 고급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첫 시도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12월 9일 출시한 EQ900은 사전 예약만 1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출시 행사에서 정몽구 회장은 “EQ900은 세계 시장을 목표로 야심차게 개발한 최첨단 프리미엄 세단”이라며 “그 동안 축적해온 모든 기술력을 집약하고 최고의 성능과 품질 관리로 탄생시킨 ‘EQ900’은 세계 최고급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