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결산-금융]핀테크 대변혁, 금융 몸집줄이기 ‘생존과 개혁’ 공존

올해 금융시장은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어느 때보다 금융권 변혁의 바람이 분 시기였다. 특히 새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핀테크 바람이 금융권을 강타했다. 비대면 기반 금융 몸집 줄이기와 동시에 인터넷전문은행 등 생존과 개혁이 공존한 한해였다.

1% 기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금융시장은 생존 경쟁을 벌여야했다. 은행은 기준금리에 맞춰 예금, 대출금리를 줄줄이 인하했다. 여기에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암울한 생존 환경에서도 새로운 금융 플랫폼 ‘핀테크(Fintech)’가 도약의 군불을 지폈다.

◇핀테크, 새로운 금융생태계 변화 ‘예고’

전자신문 주최 제 2회 스마트금융 콘퍼런스에서 박재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가 `삼성페이`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전자신문 주최 제 2회 스마트금융 콘퍼런스에서 박재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가 `삼성페이`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 결합인 ‘핀테크(FinTech)’에 본격 시동을 걸은 해다. 그동안 핀테크 도입을 검토해 왔던 은행권에서 정맥, 홍채 등 생체인증 기술을 본격 상용화 하면서 핀테크를 통한 스마트 금융서비스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다.

최근 한국도 간편결제 바람이 불면서 IT로 중무장한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 진출하고 있다.

핀테크는 엄밀히 말하면 통신이나 대금 지불(payments) 사업자 등과 연계한 융합 사업(convergence)에서 출발한다. 전통 금융시장에 기존 채널이 아닌 IT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분야가 생겨나고 여기서 새로운 경쟁자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은행과 고객 쌍방향,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핀테크 영역 확장은 시간문제다.

최근 신한은행이 국내 최초로 손바닥 정맥인증 기술을 적용한 무인스마트점포인 ‘디지털 키오스크(Digital Kiosk)’와 모바일 은행 ‘써니뱅크’를 오픈했다. IBK기업은행도 홍채인증을 적용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속속 비대면 인증을 통한 핀테크 사업을 준비 중이다.

◇23년만에 등장한 새로운 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은행 컨소시엄 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 김인회 김인회 케이뱅크 컨소시엄 TF단장, 오른쪽 윤호영 카카오뱅크 TF 부사장.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은행 컨소시엄 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 김인회 김인회 케이뱅크 컨소시엄 TF단장, 오른쪽 윤호영 카카오뱅크 TF 부사장.

왼쪽 김인회 김인회 케이뱅크 컨소시엄 TF단장, 오른쪽 윤호영 카카오뱅크 TF 부사장.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은 국내 금융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29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심사에서 KT컨소시엄 ‘K뱅크’와 카카오컨소시엄의 ‘카카오뱅크’를 통과시키면서 23년 만에 새 은행이 출범하게 됐다. 예비인가를 통과한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본인가를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주요 영업채널로 활용하는 은행이다. 가격 경쟁력과 접근성, 비용절감 등 전통 은행보다 많은 장점이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다양한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가 참여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을 거듭하며 전통 금융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무점포 영업을 통한 저렴한 업무처리 비용을 활용해 기존 은행보다 유리한 금리 등 가격 경쟁력, 지역 영업 제한이 없는 활동 영역과 영업점 방문 없이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이 핵심이다.

1995년 10월 세계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SFNB가 설립된 이후 2000년 초반까지 30개 내외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됐다. 2000년 중반 이후에는 인터넷뱅킹 이용률 증가와 비즈니스 모델 차별화 전략으로 영업실적을 향상한 비금융사 주도 인터넷전문은행은 활황기를 맞이했다.

◇삼성페이, 새 바람을 일으키다

삼성페이 결제 장면
삼성페이 결제 장면

올 한해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돌풍이다.

삼성페이는 소비자 결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입증했다. 지난 8월 국내에 출시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누적 가입자는 이미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결제금액도 1000억원을 돌파한지 오래다.

고가 신형 스마트폰에서만 사용 가능했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중저가폰에도 삼성페이가 탑재된다. 다양한 멤버십 포인트 적립 기능과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하면서 국내 핀테크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삼성페이 진화는 일반 플라스틱 카드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신용카드 고객 상당수는 제휴 할인과 마일리지 적립을 사용 최우선 요인으로 꼽는다.

이 같은 소비자 관점을 파고들어 삼성전자가 참여 카드사 협조를 이끌어냈고 단기간 허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여기에 모바일카드 진영을 끌어들여 사실상 국내 모든 카드거래 플랫폼을 연동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삼성페이를 확대하고 웨어러블 기기까지 적용하며 사용기기도 늘려갈 전망이다.

소비자 결제 경험을 좌우하는 교통카드 기능 탑재는 물론이고 포인트 혜택까지 연동하면서 삼성전자는 애플, 구글 페이를 뛰어넘는 강력한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할 전망이다.

◇신용카드, ‘최악의 해’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올해 신용카드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올해 신용카드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올 한해 신용카드업계는 다양한 악재를 만났다. 새해 더 심화될 전망이다.

수십년 수익의 원천이던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천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최근 소액 결제 비중 지속적인 증가와 수익성 낮은 체크카드 비중 상승, 카드론 수수료율 인하 등 악재가 겹치면서 새해도 카드산업은 어느때보다 혹독한 보릿고개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카드업계는 생존을 위한 각종 서비스와 프로모션 축소,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을 고민 중이다.

신용카드사가 영위하는 사업은 카드 가맹점 결제, 금융서비스(현금서비스, 카드론), 체크카드, 비카드사업(보험, 여행)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대표 사업인 가맹점 결제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상태다. 결제금액이 증가할수록 카드사에 손실이 발생하는 ‘역마진’이 고착화돼있다.

역마진 해소를 위해 그동안 카드사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신용 대출 사업에 집중했다. 이마저도 최근 높은 대출금리 등을 통해 서민 가계부채를 양산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 이용도 해마다 줄고 있다.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 압력과 수익성 낮은 체크카드 이용 증가로 카드사 영업이익은 새해부터 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