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상에서 이모티콘 제작 기능을 활용해 다른 이모티콘,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무단 도용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라인 스티커까지 포함됐다. 실제 적발과 문제 제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텔레그램 상에서 이용자가 카카오톡 이모티콘, 라인 스티커와 동일한 이모티콘을 제작,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카카오와 라인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를 텔레그램 대화창에서도 사용하는 것이다. 이용자는 카카오톡, 라인을 이용하지 않고도 `친숙한` 캐릭터를 활용해 대화를 진행한다.
텔레그램이 제공하는 이모티콘 제작 기능을 이용했다. 텔레그램은 직접 이모티콘을 제작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이모티콘 스토어도 없다. 이용자가 이모티콘을 제작해 텔레그램 서버에 등록한다. 명령어로 본인이나 다른 사람이 내려받는다. 다른 이용자와 대화 중 마음에 드는 이모티콘이 있으면 누르기만 하면 복사해 이용이 가능하다.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캐릭터 이모티콘이 통용된다. 하스스톤, 리그오브레전드,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드래곤퀘스트 등 다양한 유명 게임 캐릭터를 이용 가능하다. 만화에서는 가필드, 겨울왕국, 기동전사 건담, 나루토, 도라에몽, 드래곤볼, 데드풀, 원피스, 이말년 시리즈 등 국적과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이모티콘이 이용 가능하다. 이밖에 다수 유명 캐릭터와 연예인 이모티콘이 제작됐다.
비영리적 이용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다운로드 받는 상태라 사적 이용으로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돈을 받고 판 것은 아니지만 카카오 자산인 브랜드를 허락 없이 사용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현재 내부 검토 중이며 아직 대응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작권자가 문제를 제기하려 해도 일일이 찾아 적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해당 저작물 저작권자가 별도로 통지하기 전까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먼저 삭제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일일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이모티콘만 검색하는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 텔레그램은 독일에 서버를 두고 한국에 지사가 없다. 같은 이유로 텔레그램 측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이후석 도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텔레그램에 방조죄 여부를 따지려고 해도 저작권자가 텔레그램 측에 해당 이모티콘 삭제를 요청하기 전까지는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