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HCI(Hyper Converged Infrastructure)가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HCI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가상 데스크톱, 그리고 새로운 앱 개발 환경 등을 호스팅하는 주도적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말그대로 프라이빗 클라우드의 총아인 HCI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민첩성(agility)을 원하지만 자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하드웨어를 호스팅하고 비밀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기업과 조직의 해결사다.
국내시장에 한글화한 HCI솔루션 ‘하이퍼 플렉스(HyperFlex)’를 내놓고 선두그룹 가운데에서도 최근 1위 뉴타닉스를 급추격하며 주목받는 시스코코리아의 데이터센터 컨설팅 기술리더인 최우형 이사를 통해 최근 급부상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과 HCI 솔루션 시장 흐름에 대해 들어봤다.
■급부상 중인 HCI인기의 비결은 효율성
HCI 인기의 비결은 무엇보다도 이전 CI(Converged Infrastructure)인프라의 효율성을 띄어넘게 해주는 공급방식이다. HCI는 CI의 기본 요소인 통합컴퓨팅(서버), 네트워크,스토리지 같은 인프라 스트럭처 구성 요소에 SW까지 추가시킨 후 완제품 상태로 고객에게 제공된다.
공급 즉시 가동된다는 점에서 최장 수개월의 구축시간을 요하던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졌다. 한마디로 가전제품을 구입한 후 코드를 연결해 즉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편리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을 제공한다.
전세계적으로 HCI인프라 도입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한 것은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자연스런 변화로 볼 수 있다. 이 추세를 반영, 스토리지 전문 HW업체들은 컴퓨팅·네트워크를, SW업체들은 네트워크·스토리지 시장을 각각 겨냥하면서 나름대로 더 편리한 HCI를 구성해 공급하며 시장확대에 노력해 왔다. 네트워크의 강자인 시스코도 다른 많은 서버·스토리지·SW공급사들처럼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 공급하는 HCI시장에 가세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가트너에 따르면 이렇게 HCI 트렌드를 반영한 공급사들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글로벌 상위 리더로는 시스코와 함께 뉴타닉스, HPE, 델EMC, 오라클 등이 5강으로 꼽힌다.
이들 주요 공급사들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한 국내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이 편리해졌다고 해도 시장 수요로 직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2~3년이 됐지만 그동안 뜨뜻미지근했던 국내 HCI 시장 상황이 이를 설명해 준다.
업계는 국내 HCI에 대해 이전처럼 여전히 기업내 전문 인력들이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공급사 설계도에 따라 모듈조립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CI(Cionverged Infrastructure) 방식이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이후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 고객들에게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외면했던 HCI에 대한 관심의 반영인 셈이다. 자연히 이들을 겨냥한 공급사들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시스코코리아의 데이터센터 컨설팅 리더인 최우형 이사는 올하반기 이후 서서히 달아오고 있는 국내 HCI시장 상황과 관련,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한다.
그는 “HCI는 기업 ICT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당연한 전개과정이자 귀결일 수 밖에 없다. 시스템 성능은 매년 향상되지만 소유를 전제로 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는 자산을 상각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이 중요하다. 기업으로서는 기존의 일부 잉여 자산 활용을 극대화하면서 인프라 구축시 코스트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으려 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고객들 HCI 편의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이 시장의 HCI 5강 가운데 최근 부쩍 주목받기 시작한 기업이 시스코다. 시스코코리아는 지난 4월 한양대에 자사 HCI 솔루션 ‘하이퍼 플렉스’ 레퍼런스 사이트를 처음 구축했다. 이어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줄줄이 고객들을 확대해 나가는 등 국내 HCI공급 경쟁에 본격 참여하고 있다.
최우형 시스코 이사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프라이빗 클라우드용 HCI 시장은 CI(Converged Infrastructure)기반에서 머무를 뿐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IT 인프라 공급사들도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수용한 인프라를 직접 구성해 클라우드와 묶어서 쓰도록 하는 상황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HCI 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HCI의 편리성을 인식하며 이에 눈을 뜨게 된 것 같다. 예를 들면 부서를 4개 둔 기업체의 경우 기존 시스템으로는 ICT시스템의 트러블슈팅, 연결, 구매 등이 너무 힘들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CI가 HCI로 전환되는 가운데 공급사들이 보여준 중요한 변화는 네트워크 통신을 이더넷으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더넷 기술을 도입에 따른 장점으로는 ▲인터넷대역폭이 올라도 비용은 훨씬 저렴해진 점 ▲도입시 확장성과 디자인에서 유연성을 갖게 된 점 ▲기본적으로 3카피의 데이터를 담보하면서 안정성까지 확보하게 된 점 등이 꼽힌다. 그 결과 이전까지 사용되던 광채널의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가성비가 낮다는 단점을 상쇄하게 됐다.
이 대목에서 기업들의 궁금증은 ‘그렇다면 기존 시스템 인프라를 버리고 반드시 HCI를 써야 할까?’로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최우형 이사는 “기업들이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시 반드시 HCI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사례는 정답이 없다. 다양하다.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유닉스 메인프레임을 여전히 쓰고 있다 해서 혁신을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더스트리 별로 HCI 도입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사나 인더스트리가 갖춘 맨파워나 목적에 따라 무엇을 쓰든 무관하다”고 단언한다. 즉, HCI 도입 추세가 대세라고 해서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시 반드시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만일 우리회사가 IT관련 리소스가 적은 반면 비즈니스는 굉장히 빠르게 전개될 경우 HCI를 쓰는 게 맞다. 하지만 내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소규모 기업이어서 작게 시작할 경우인데 민첩성이 요구되지만 데이터 요구를 예측하기 어렵다면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가야 한다. 이때 기술력이 좋으면 내가 직접 시스템을 조립하게 된다. 그 정도 실력은 안되지만 시스템 아키텍처를 이해하는 수준의 맨파워(엔지니어)를 갖고 있다면 CI(Converged Infrastructure)로 구축하는 게 맞다. 그정도 맨파워가 안된다면 그때 HCI로 가면 된다”고 설명한다.
■시스코, 네트워크 기반 HCI로 차별화를 꾀하다
이런 가운데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주요 선발 HCI공급사의 시스템 구성 출발점에 대해 관심을 가질 법 하다. 특히 스토리지 기반 HCI업체와 네트워크 기반으로 HCI공급사들이 많은 만큼 이들 업체의 차별화 요소는 관심거리일 수 밖에 없다.
시스코로 대변되는 네트워크 기반 HCI 공급사는 서버 확장시 네트워크 기능을 미리 제공(빌트인)한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즉 네트워크 기반인 만큼 스토리지 기반 HCI와 달리 네트워킹 확장시 또다시 네트워크 팀과 추가 협의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네트워킹 확장시 기존 스토리지를 그대로 순차적으로 옮겨 통째로 옮겨 갈 수 있어 고객입장선 기존 투자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최우형 이사는 “시스코의 경우 지난해 여름 이같은 네트워크 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용 HCI인 ‘하이퍼플렉스(HyperFlex)’를 발표했고 올해 4월 한양대에 첫 레퍼런스 사이트를 만들었다. 하반기 이후 잇단 수주를 통해 성가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 솔루션은 국내에 들어온 HCI로는 유일한 한글화 시스템으로서 관리의 편의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그는 “HCI는 이미 고객들이 많이 요구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로 서버 가상화를 해보려는 고객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HCI가 절대 저렴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그런데도 하반기 들어 HCI 수요가 급증세를 보이는 이유는 고객들이 비용을 능가하는 이 시스템 도입 효율성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어차피 구축할 시스템이라면 ▲도입 후 즉각 사용할 수 있고 ▲장애가 발생하면 공급사 단 한곳과만 협의하면 되는 편의성, 여기에 ▲사후관리와 확장시 유리하다는 장점 등을 고객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올해 HCI시장은 200억~300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장에서 시스코를 비롯, 뉴타닉스, HPE, 델 EMC, 오라클 등 쟁쟁한 기업들이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금융권과 공공기관 HCI수요를 잡아라
그렇다면 이들 기업은 어떤 HCI 고객들을 타깃으로 할까?
최우형 이사는 “우선 기업시장에서는 서버 가상화 1세대 기업이 HCI를 공급받고 싶어할 것이다. 이들이 다시 마이그레이션할 때 전통 스토리지를 유지하려 할 것이고 이때 레거시를 유지 및 활용할 수 있는 HCI를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가상화와 클라우드의 막차를 타는 기업이 될 것이다”라고 점쳤다.
그는 이어 “하반기 이후 HCI를 요구하는 산업군이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 가운데에선 얼리어답션 시기를 거쳤고 기술적으로 더 내재화돼 있지만 CI도입후 어려움(Pain point)느끼고 있는 고객들이 HCI도입 대상으로 뜨고 있다. 정부 수요는 컴플라이언스 문제가 많아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업계는 고객들 인지도가 높아져 가고 있는 HCI의 첫 공략 대상으로 금융기관과 공공기관 등을 꼽으면서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금융권의 경우 기존 시스템 구축 방식이 70%, CI방식이 20%, HCI방식이 10%를 각각 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좀더 나아가 HCI공급사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니즈를 가진 고객들을 찾고 있을까?
최 이사는 “당연히 가상화를 새롭게 구상하거나 비즈니스 민첩성이 필요한 고객일 것이다. 즉 X86기기를 가상화하겠다는 고객이 대부분이 될 전망이다”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스토리지 기반으로 출발한 HCI공급사와 네트워크 기반 HCI 공급사 간 경쟁도 볼 만해질 전망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