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만해도 데이터를 돈 주고 산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데이터는 그저 아는 사람을 통해서 얻거나 심지어 불법복제를 통해 얻어내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터를 유료로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데이터 자체를 거래하거나 데이터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소위 '데이터 경제'(data economics)라고 부른다.
◇데이터가 자산이 되는 데이터 경제
데이터 경제라는 용어는 2011년 데이빗 뉴먼이 쓴 가트너 보고서에서 유래되었다. 아직 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간단히 말해 데이터 경제는 데이터 활용이 경제활동의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는 경제 구조를 뜻한다.
데이터 경제에서는 저가 원유가 정제 과정을 거쳐 고가 석유로 바뀌는 것처럼 데이터가 분석 및 가공 과정을 거처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산업시대에는 원유를 확보하는 것과 정제하는 기술을 가지는 것이 국가 경쟁력 근간을 이루었다면 데이터 경제 시대에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국가가 힘 있는 국가가 된다.
산업시대와 마찬가지로 데이터 경제 시대에도 경제 체제가 구비돼야 한다. 데이터 생산자, 데이터 플랫폼 사업자, 데이터 거래소 등과 같은 새로운 데이터 생태계가 구축돼야 함과 동시에 데이터 큐레이터,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가치 평가사 등과 같은 새로운 직종의 인력이 필요하다.
◇미래는 데이터 경제에 있다
데이터 경제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은 강력한 검색엔진을 통해 세계 거의 모든 정보(데이터)를 흡수, 이를 기반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더 나가서 구글은 유튜브를 사들여 동영상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을 선점하고, 동영상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생태계에서는 구글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소위 유튜버라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자도 함께 돈을 벌 수 있게 한다. 이뿐 아니라 미국 전통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조차도 설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필두로 세계 주요 국가는 발 빠르게 데이터 경제를 추진해왔다. 우리나라 정부도 'I-Korea 4.0' 기치 아래 1년 전부터 데이터 경제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서 법·제도를 정비하고,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 초에 우리 정부는 금융, 환경, 문화미디어, 교통, 헬스케어, 유통물류, 통신, 중소기업, 지역경제, 산림 등 10개 빅데이터 플랫폼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그밖에 데이터 플래그십 사업과 데이터 바우처 사업을 통해 데이터 경제 마중물을 놓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돼 우리나라가 데이터 경제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서태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학술정보공유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