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에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을 발의한다. 이달 중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연구반을 구성, 개정안을 준비한다. 핵심은 데이터 수집에 대한 저작권 반영 여부와 AI 창작물에 대한 권리보호 방안이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도 AI 관련 지식재산 정책 방향을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범 부처 차원의 논의를 시작한다.
윤성천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저작권 법령 개선 토론회'에 참석,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윤 국장은 “이달 중에 외부 전문가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4차 산업혁명 시대 저작권법 개정 연구반'을 발족시킨다”면서 “내년 5월까지 운영한 후 6월에는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반은 내년 3월까지 개정안 골자를 도출한다. 이후 2개월 간 공청회와 간담회 등을 거쳐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뒤 6월 21대 국회 개원 후 개정안을 내놓는다.
현 저작권법은 2006년 전면 개정 이후 14차례에 걸쳐 일부 개정됐다. 산만해진 법조문 및 용어 제한, 예외 규정을 대상으로 AI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 등에 맞는 재정비가 필요하다.
전면 개정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AI 창작물 보호 방안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저작권 제한이다. 현행법에서 저작물의 핵심은 인간이다. AI에 관한 근거는 없다.
AI 학습과 기술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 대한 저작권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윤 국장은 “AI 산업은 기존 저작물의 대량 이용이 불가피하다”면서 “'공정이용' 법리에 따라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지만 기업에는 불확실성이 높아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아직 개정안의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면서 “연구반을 구성하는 대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주관 부처인 문체부와 특허청 등을 측면 지원한다. 관련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의견 교류, 공동 연구를 통해 합리적 정책 방향을 도출한다.
김시형 국가지식재산진흥관은 “필요하다면 특별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 “AI 시대를 대비한 지식재산 정책 방향을 만들고, 이를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AI 발전을 위한 인프라에 대한 강조가 있었다”면서 “인프라가 구축돼야 AI 발전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산업도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상민·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전자신문, 서울대 기술과법센터가 공동 주관했다. 이 의원은 “저작권법은 AI 머신러닝에 사용될 데이터에 대한 정의·범위와 데이터 소유권 및 재산권 등을 부여하는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타다' 문제처럼 저작권 역시 두 산업이 충돌할 것”이라면서 “공존하며 경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에는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국회도서관과 법조계 전문가 등이 발표·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AI가 데이터 기반 머신러닝으로 발전하지만 현행법 한계에 따라 데이터 저작물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발전이나 연구 목적에 대한 데이터 수집 및 활용 근거를 마련하는 유연한 법 개정과 모호한 현 조항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