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PC게임 `17년 명맥` 끊겼다

어렵게 숨을 이어온 국산 PC게임이 20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사망선고를 받았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콘솔게임과 온라인게임의 득세, 불법 복제의 범람으로 PC게임개발사들이 잇달아 온라인게임으로 전환하면서 올해의 경우 국산 PC게임이 단 한편도 출시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해마다 국산 PC게임이 감소해 지난해 한 자릿수 출시에 그치면서 예견됐으나 예상보다 빠른 것이어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따라 마지막 국산 PC게임은 지난해 12월 출시된 메가폴리엔터테인먼트의 ‘러브2’가 대미를 장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 남은 PC게임개발사인 메가폴리도 러브2를 끝으로 더 이상 PC게임개발은 개발하지 않고 온라인게임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다.

 88년 미리내소프트의 ‘그날이 오면’으로 시작된 국산 PC게임은 17년이라는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역사를 뒤로 하고 전설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특히 거의 모든 PC게임사들이 온라인이나 콘솔로 전환해 다시 PC게임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포가튼사가’ ‘화이트데이’ ‘강철제국’ ‘악튜러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배출했던 손노리도 이미 온라인으로 돌아섰다.

2002년 ‘어스토니시아스토리R’을 끝으로 PC게임을 접은 손노리는 올 1월 그동안 개발한 7개의 PC게임을 모은 ‘패키지의 로망’을 내놓고 PC게임에 작별을 고했다. 또 ‘창세기전’으로 유명한 소프트맥스, ‘아트록스’를 개발한 조이맥스, ‘킹덤언더파이어’의 판타그램 등도 콘솔 및 온라인게임개발사로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국산PC게임의 종말은 90년대 후반부터 온라인게임이 득세하면서 충분히 예감됐던 일이다.

95년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에서 시작된 온라인게임 바람이 ‘리니지’에서 꽃을 피우면서 국산 게임시장은 급속하게 온라인으로 재편됐다.

이와함께 PC게임 불법복제 문제도 개발사들이 PC게임에서 온라인으로 돌아선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무분별한 불법복제로 1만장 판매도 힘든 상황에서 굳이 PC게임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또 플레이스테이션과 X박스 등 성능이 뛰어나고 타이틀이 다양한 콘솔게임이 PC게임 이용자를 빼앗아가고 있어 PC게임의 감소는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이원술 손노리 사장은 “타 플랫폼의 게임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PC게임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아쉽지만 더이상 국산 PC게임은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