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반도체업계 새 트렌드는 `협력`

성장 한계를 극복하려는 국내 팹리스 반도체업체들이 제2 도약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특정분야에서 성공을 인정받은 팹리스업체들 간 공동 개발이 신시장 개척을 위한 국내 팹리스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소기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내 팹리스업체들이 해외 거대 팹리스업체에 대항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체력을 갖추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이미 독자적으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 및 기술 간 결합인만큼 큰 위험부담 없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앞으로 팹리스업체 간 공동개발 움직임은 업체들의 신시장개척 노력과 맞물려 팹리스 산업 전반에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은 “궁극적으로 큰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업체 혼자만으로는 힘들다”며 “공동개발이나 공동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협력의 기틀을 갖춰야 할 것이며,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에는 업계 전반에 M&A를 확산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대표 고범규)와 텔레칩스(대표 서민호)는 두 회사의 대표 칩인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고주파(RF)튜너와 베이스밴드를 통합한 칩 ‘MTV311’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칩은 특히 소문만 무성했던 팹리스 간 공동 개발의 첫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MTV311은 RF칩과 베이스밴드칩을 시스템 인 패키지(SiP) 기술로 수동소자까지 한 개의 패키지 안에 실장한 것이다.

 고범규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 사장은 “이번 통합칩 개발로 좋은 제품 개발을 위한 업체 간 협력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통합칩은 제품 자체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지만 기술지원이나 마케팅 측면에서도 우월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디칩스(대표 권기홍)와 코어시스테크놀로지(대표 김덕구)도 오는 6월 DMB용 멀티미디어 칩 출시를 목표로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펄서스테크놀러지(대표 오종훈)도 멀티미디어 칩 업체들과 통합 칩 개발을 위해 협의중이며, MCS로직(대표 남상윤)도 공동개발 파트너를 찾고 있다.

 코아로직(대표 황기수)은 와이드칩스(대표 정효기)를 자회사로 편입, 와이드칩스의 TFT LCD 및 AM OLED용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DDI) 분야 기술력과 코아로직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술력을 융합한 제품들을 개발할 계획이다.

 오수영 IT 융합·부품연구소장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성장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며 “업체들 간 협력에 문제가 되는 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중간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규호·문보경기자@전자신문, khsim·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