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도 스크린골프 사업이나 해볼까"
IT기업들이 신규사업으로 스크린골프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쾌속성장을 거듭하는 스크린골프가 불황에 시달리는 IT기업들의 새 블루오션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국내 20여 스크린골프 제조사 중에서 줄잡아 30%는 전문기업이 아닌 IT업종의 기업체들이 최근 발을 담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KT(남중수)는 지난 연말 스크린골프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KT VR스크린 골프’라는 브랜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이달까지 110개가 넘는 가맹점을 확보하면서 동종 업계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유엠비컴(대표 안종균)은 본래 영상보안장비 회사로서 DVR, 자동차 후방카메라 등을 제조하다가 최근 스크린 골프쪽으로 전향한 케이스다. 유엠비컴은 보안장비 개발에서 확보한 기술력으로 바닥이 기우는 퍼팅 시뮬레이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IPTV 자회사인 브로드밴드미디어(구 하나TV)는 스크린 골프전문업체 에스지원과 제휴하고 이달부터 스크린골프장비의 유통에 나섰다. 브로드밴드미디어는 관련 스크린골프장에 IPTV를 통한 골프 콘텐츠를 공급하는 등 스크린골프와 IPTV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가미테크(대표 김상근)는 3차원 가상시뮬레이터를 개발하다가 유사한 기술을 쓰는 스크린골프 시장에 진출한 사례이다. 이 회사는 벽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구성하는 초와이드형 골프시뮬레이터로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온 B사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자체 스크린골프 개발에 착수했다. IT기업들이 앞다퉈 스크린골프에 진출하는 배경에는 다른 아이템보다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이유도 있다. 스크린골프의 핵심부품인 레이저 센서와 게임용 SW엔진은 시중에서 어렵잖게 구할 수 있다. 기술력이 좋은 IT기업들은 불과 몇달만에 자체 스크린골프 시스템을 뚝딱 개발하는 사례도 있다는 소문이다.
IT업체들의 시장진입에 대해 선두권의 스크린골프업체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스크린골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게임, 통신, SW 등 다양한 IT업종이 눈독을 들이지만 스크린골프의 제품 개발과 시장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라고 충고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