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포스코의 `우향우`정신을 배워라

[월요논단]포스코의 `우향우`정신을 배워라

 기술과 자본과 경험도 없이 의욕만 가지고 창업한 지 5년 만에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그 다음해부터 한 해도 적자를 본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40년 후에는 연간매출액이 6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가 ‘인류역사상 최악의 사업계획’이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포스코(포항제철) 얘기다.

 1968년 회사를 설립하고 주변의 철강 생산국가들로부터 협조를 거부당한 채 시작한 이 회사는 5년 후인 1973년 용광로에서 첫 쇳물이 흘러나왔다. 그 후 계속 흑자를 보여 최근 10여년 전부터는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장하준 교수는 한국인이 똑똑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이러한 일을 이룰 수 있을까. 며칠 전 오랜만에 포항을 다녀왔다.

 포항제철에는 최근 초창기의 역사를 전시한 역사관이 있다. 이 역사관에서 유독 나에게 눈길을 끈 것은 ‘우향우(右向右)’라는 군에서 제식훈련 때 쓰는 구호다. 현장에서 매일 조회하면서 직원들에게 오른쪽을 보라는 구호였다고 한다. 오른쪽에 영일만이 있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경우에는 모두가 영일만에 가서 자결을 할 정도의 각오를 가지라는 독려구호였다고 한다.

 지금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구호라고 판단하지만 그 당시에는 국민 모두가 가난에서부터 벗어나 우리도 언젠가는 선진국과 같은 풍요로운 나라로 진입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이러한 구호가 직원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비장한 각오로 음지에서 묵묵하게 일한 기술자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아직도 아프리카와 같은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는지 모르겠다.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많은 나라들이 제철회사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욕망이다. 그러나 이를 성공시키는 것은 국민의 자질도 중요하겠지만 이를 이끄는 지도자의 각오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뜻에 따라 자기 생명과 같이 회사의 성공을 염원하며 헌신하는 기술자들이다.

 이러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는 비단 포스코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 처음 시작할 무렵인 1970년대, 1980년대에 많이 있었던 일들이다. 빈 모래 벌판을 놓고 유조선을 수주했던 조선업관련 산업도 그러했지만 10여년 동안 계속 투자만 했던 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다 회사나 개인의 운명을 걸고 시작한 기업들이다. 이러한 결단을 할 수 있었던 지도자 또는 기업인이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도 우리의 행운이라고 하지만 또한 이를 뒷받침했던 능력 있는 기술자들이 있었다는 것 또한 우리나라의 운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만 봐도 1980년대 초 반도체를 처음 개발할 때 기술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갈라놓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황무지와 같았던 반도체 산업에서 국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신제품 개발을 위해 한국과 미국에 각각 개발팀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실패에 대비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개발팀보다 오히려 한국 개발팀이 처음부터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는 이를 통합해 한국에서만 개발팀을 운영했다. 이후 한국의 반도체는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과연 지난 1970년대, 1980년대의 개발 방식이 유효할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 당시 가졌던 도전정신은 시대가 지난다 해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세기는 국지적인 경쟁이라고 하면 21세기는 전 지구적인 경쟁이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도전 정신과 사명감이 없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옛것이라고 항상 구태의연한 것이 아니라 갈고닦으면 보석이 될 수 있다.

 선우중호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president@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