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계 인력 재배치 `회오리`

 휴대폰 업계가 인력 재배치 회오리에 휩싸였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개발·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조직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분야에 인력을 대거 보강하면서도 기존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등 구조조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조직 효율화는 피처폰 시절 협력사와 거래 중단으로 이어지며 중소업계에도 인력 재배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1000여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개발 인력 충원을 추진하다 잠시 보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동안 피처폰 시절에 투입된 인력 가운데 스마트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휴 인력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피처폰 시절에는 연간 100~200종에 달하는 모델을 개발했지만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많아야 10여종에 불과해 일부 유휴 인력이 생기고 있다”며 “이들 인력을 다른 분야로 전환 배치하고 연평균 5% 자연감소율 인력은 충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휴대폰 사업 합리화를 위해 2개로 나뉘었던 연구개발(R&D) 부문을 하나로 통합하는 등 해외 조직 효율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조직효율화 작업이 완료되면 아직 부족한 스마트폰 개발 인력을 다시 충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맞춰 플랫폼을 넘나드는 전환 배치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내년 ‘윈도폰’ 출시 라인업을 대폭 늘리기로 하고 안드로이드폰 개발 인력을 이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초 윈도폰 개발 인력 3분의 1만 남기고 안드로이드폰 개발 인력으로 전환 배치한 것과 상반되는 조치다.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후 안드로이드 견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안으로 윈도폰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중견기업의 휴대폰 사업 철수로 경력직 엔지니어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올 상반기 노키아는 한국 R&D조직을 철수하면서 170명을 해고했다. SK텔레시스도 최근 휴대폰 사업포기를 선언, 인력 280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삼성·LG가 피처폰 시절 100종 이상의 모델 개발을 감당하지 못해 중소기업에 맡긴 용역 개발도 크게 줄이면서 중소 협력사도 인력조정에 홍역을 앓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주요 휴대폰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조직 효율화에 나서면서도 스마트폰 사업 확장에 따른 핵심 엔지니어를 확충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중견·중소업체에서 정리된 상당수 인력이 대기업에 흡수되는 현상도 나타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삼성전자 전체 휴대폰 출하량에서 스마트폰이 2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9%대였던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증하고 있어 인력 효율화를 위한 재배치는 당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이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분야 핵심인력은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개발에 맞춰 인력 구성 비율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