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부터 운영해온 벤처재기지원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벤처재기 신청 건수는 총 19건으로 이중 실제로 지원을 받은 곳은 3곳에 불과했다.
벤처재기지원 실적이 부진한 것은 자금을 제공하는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의 보수적인 태도 때문이란 분석이다. 기보가 제시하는 벤처재기지원제도 기술성평가 기준은 일반 지원제도 기준과 동일하다. 특히 기술성평가에 재무상태가 포함돼 있어 평가를 통과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벤처재기지원제도를 위한 별도 홍보 예산도 없어 제도 자체를 모르는 벤처인들이 대부분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지원자 심사를 기보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패한 창업자를 돕자는 취지인데 지원자들의 지난 실패전력에 대해 기보의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무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셈”이라며 “결국 어느 정도 재무문제를 해결한 기업주 일부에게만 지원이 이루어져 재기지원 프로그램이란 말이 무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벤처재기지원제도 평가에 참여한 한 창업자도 “재기를 위해 돈이 필요할 때는 높은 기준에 걸려 지원을 받지 못했고, 기준을 맞췄을 땐 이미 지원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며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보는 재기지원제도 평가 기준을 낮추는 것은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다. 기보 관계자는 “재기지원제도 지원자들은 이미 한번 채무 상환을 이행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기준을 낮춰 이들에게 다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한 사람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제도가 실패한 벤처인들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며 “지원 대상을 넓히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기보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자금 지원을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자금지원에 대한 책임을 결과적으로 기보 혼자만 지고 있다”며 “부실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기보 부담을 들어주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용어>
◆벤처재기지원제도=기술보증기금과 벤처기업협회가 실패한 창업자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창업자들이 실패 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재기를 돕는 것이 올바른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 아래 지난 2006년부터 운영돼 왔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