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통신재력이 주는 교육

한반도의 남과 북은 반세기 동안 이념과 체제를 달리한 채로 분단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최근 탈냉전.탈공산 등의 국제조류에 힘입어 통일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까지 우리와 유사한 환경으로 있다가 통일을 실현한 독일 사례에서 통신분야의 통합 및 현대화 사업을 어떻게 추진 하였는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현시점에서 준비해야 할 점들을 찾아 보고자 한다.

독일은1945년 2차대전 종전과 함께 동서독으로 분리되었다.

분단이후에도 양독간 통신소통은 유지되고 있었으나 1952년 동독측 에서 수동전화만을 제외하고 동.서 베를린간의 자동전화를 일방적으로 절단하였다.

이후70년에 동.서독 첫 정상회담에 이어 체신대표단 회담이 개최 되어 수동 전화를 반자동 방식으로, 그리고 동.서 베를린간 자동방식의 전화 소통을 재개하게 되었다.

76년동.서독간 우편.통신협정이 체결됨으로써 동.서 베를린간에 광케이블이 설치되는 등 양측의 통신교류는 급진전을 보게 되어 88년까지 전화 1천5백29 회선, 텔렉스 1백30회선이 접속되었다. 당시 양측의 통신수준은 서독이 약2 천9백만회선(1백인당 47.6대), 동독이 1백80만회선(1백인당 11.2대) 으로 시설 및 기술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89년11월 긴긴 세월동안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서있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다. 상황이 급격하게 돌변하자 양측 통신당국자들은 바로 회동을 갖고급증 하는 통신수요에 대처키위해 동독의 주요 지역에 컨테이너 교환 장비를 투입하는 긴급조치에 합의하고 정부간 공동위원회 구성, 양독 전기 통신사업 체의 중역단으로 협조공동체를 설립하는 등 신속한 대비책을 강구하였다.

한편90년 6월에는 양독의 통신전문가들에 의해 동독지역의 통신현대화 계획 인 "TELEKOM 2000"이 완성되었다. 이는 통신분야에서 최초로 사회 간접자본 건설을 구상을 하여 이를 제1의 추진과제로 삼아 동독지역의 경제 재건에 활력을 불어 넣도록 하였다. "TELEKOM 2000"의 최종목표는 91년부터 오는 97년 까지 7년동안 동독지역에 6백억DM(약 30조원)을 투입하여 7백20만 회선을 공급함으로써 통신수준을 서독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계획은 전 독일을 단일통신망으로 묶는 오버레이망(Overlay Network)구축 , 컨테이너형 교환기를 설치하는 긴급임시조치, 가입자선로부터 국사까지 일괄공급하는 턴키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드디어90년 10월3일 독일은 통일조약이 발효되어 단일국가로의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으며 통일조약 부칙 13조에 의거 통신분야에 대한 벚적인 통합을 갖게 되었다.

이에따라 구동독지역의 통신사업 운영 및 통신망 건설추진 등을 어떻게 할것인가에 대해 국가에서 직접관장하는 방안, 서독과 같은 별도의 공기업을 설립하는 방안등 여러방안이 검토되었다. 그러나 풍부한 경험과 자본력 그리고 기술력을 겸비하고 있고 대규모 투자사업 집행의 추진력과 공공성 측면을고려하여 공기업인 구서독의 DBP Telecom에서 구동독의 통신시설및 직원을 모두 흡수하여 독일전역을 관장 토록 하였다. 이에 DBP Telecom에서는 통일직후 베를린에 분소를 설치하여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91년 에는 전체 투자비의 20%인 55억DM(약 275억원)을 구동독지역에 투입하여 가입 전화 55만 회선을, 92년에는 36% 수준인 1백억DM(약 5조원)을 투입 하여93만 회선을 건설하여 93년초부터 처음으로 전화적체가 감소되기 시작하였다이 결과 전체 투자비가 90년 1백90억DM에서 92년에는 2백80억DM으로 되어 약47%가 늘어나게 되었다. 사전준비없이 당면하게 된 이러한 막대한 투자비는 자매 회사인 체신금융으로부터의 장기대부와 외부 자본시장에서 체신채권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일독일의 통신재건 사업이 신속하면서도 무리없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듯하지만 상당한 문제가 상존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사전 정보부족 및 체계적인 대비계획의 부재이다. 짧은 시간에 수립된TELEKOM 2000계획에서 보더라도 투자비의 과소책정으로 실행단계에서 증액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동독지역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통신 통합 후 통신망간 상호접속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속출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예측불능의 수요폭발이다.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해 기업체 중심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신규가설을 위해서는 아직도 6개월 여를기다려야 하고 농어촌지역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셋째,구동독인력의 활용문제로 40년 이상동안 사회주의 체제하에서의 생활 로 인간성이 변형되어 새로운 조직에의 대응과 책임감 및 자율성이 부족하다 는 점이다.

우리의경우를 살펴보자. 분단의 현실은 통일전의 독일과 유사하지만 처해진 여건은 상당히 다르다. 우선 남북한 주민간 접촉이나 통신, 문화 등 사회 각분야의 교류가 극히 제한되어 있어 독일의 경우보다 주민간의 이질감이 훨씬깊어져 있는 상태이며 경제력면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통일 당시 서독의 GNP가 1조5천억달러, 동독이 1천5백억달러였었으나 92년 기준으로 남한이 2천 9백45억달러, 북한이 2백11억달러로 남북한을 합해도 서독의 약5분의1 수준 에 불과하다. 또한 전기통신시설은 북한이 남한의 10분의1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이 분단의 장벽이 더높고 경제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지 는 통일의 부담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클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시점에서 남북한 통신통합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할 사항들은 무엇인가. 첫째, 북한에 대한 정보의 준비이다. 통신의 실태는 물론 경제분야, 도로현황 및 국민의 의식수준까지를 망라하는 각종 정보를 수집하여 체계있게 분석 .정리함으로써 통신통합이 현실로 도래하였을 때의 효율성 극대화 및 문제점 최소화를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재원의 준비이다. 독일의 경우 동독의 통신상태에 대해 언론인들이 0시 출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동독지역의 기존시설과 신규 설치되는 시설을 융합시키는 것보다는 동독지역의 통신망 전체를 새로 건설하는 편이 간단하다는 의미이다.

우리도북한의 통신실태가 열악함은 물론 사용기술이 공산권 체계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고 향후 가입자 광케이블화와 광대역ISDN시대로의 진입이 예상되고 있는바 북한을 남한수준으로 끌어 올리는데는 수십조원의 재원이 필요 할것이다. 지금부터 적절한 방안을 세워 소요재원의 확보 및 적립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방법의 준비이다. 통일 실현단계에서 급증하게 될 통신 수요에의 대처 방법, 정보통신문화가 전무한 상태에서 통신망 건설, 서비스 이용의 확산과 함께 남북한 통신망 일원화의 효율적인 방법, 그리고 북한지역 통신사업 운영을 위한 조직구성과 인력확보 등의 방법을 현실성 있는 계획으로 하나하나강구해야 하겠다.

이와같은 일련의 사업들은 장기간에 걸쳐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준비되어져야 하며 준비의 착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또한 수행체제는 국가전체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공공성이 보장되도록 구축되어야 한다.

즉,독일의 통신재건이 주는 교훈을 십분 활용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