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매직은 오는 21일 상공회의소에서 현재 시판되고 있는 세탁기에 대한 엉킴비교실연회 를 갖겠다고 발표, 가전3사를 당혹케하고 있다.
이같은실연회를 개최하는 동양측의 의도는 물론 자사의 세탁기가 가전3사의 세탁기보다 세탁물 엉킴방지면에서 뛰어나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데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가전3사는그러나 동양매직의 세탁기비교실연회가 기술적으로 우위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판촉경쟁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분석 이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즉동양매직의 봉세탁기는 펄세이터방식의 가전3사세탁기에 비해 단순히 "엉 킴면에서 다소 뛰어날뿐" 기술적으로는 아직도 한 수아래라는 것이 가전 3사 의 주장이다.
지난해하반기에 "카오스세탁기"를 시작으로 양복세탁이 가능한 공기방울세탁기 Z", "로스비세탁기"등을 잇따라 내놓은 가전3사는 이들 제품이 세탁기 의 대형화추세 및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세탁력.엉킴.옷감손상. 환경 오염 등 기본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비를 수십억원씩 쏟아넣은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카오스세탁기출시이후급격히 고조된 국내 세탁기 기술경쟁은 판촉경쟁과 맞물려 이같은 실연 회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이보다도 일단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기위한 기술개발노력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또 이같은 기술개발의 결과는 수출로까지 이어져 국제 경쟁 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세탁기뿐아니라 냉장고에 대한 가전3사의 기술개발도 매우 열성적이다. 지난해초 금성사가 개발, 출시한 "김장독"냉장고는 일본 TV프로 그램에도 소개 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으며 최근에는 대우전자의 "입체냉장고" 도 기술 적 측면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개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성사와대우전자가 각각 올해 일본시장진출과 유럽현지생산 공장건설 등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그동안 쏟아부은 기술개발의 정열을 이제 국제경쟁에 쏟아부어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라고 풀이할 수 있다.
관계전문가들도세탁기와 냉장고.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을 중심으로한 일부가전 제품의 기술 및 제품수준은 이제 해외시장에서 선진제품과 자웅을 겨룰수 있을 정도로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차세대첨단제품개발및 사업에 힘을 집중시키고 있는 일본등 선진외국업체들이 일반가전제품쪽에 기울이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틈을 국내업체 들이 중점공략하고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커스텀 IC를 비롯한 일부핵심부품이나 소재가 국산화되지않아 여전히 불안한 산업기반을 드러내고 있으며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에서도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일례로작년 하반기에 잇따라 등장한 전자유도가열식(IH)밥솥의 경우 금성사 와 삼성전자가 매우 까다로운 기술을 국산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이 밥솥의 핵심부품이자 가장 높은 원가비중을 차지하는 밥통(내통)은 국내생산과 기술력이 거의 전무, 일본서 전량 수입하지 않으면 생산하지 못하는 실정이 다. 수입선다변화품목해제이후 일본밥솥의 유입으로 인한 급속한 시장 잠식을 우려 이들 양사는 IH밥솥을 서둘러 개발출시했으나 정작 경쟁력을 가름할 수있는 밥통을 국산화하지 못해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절름발이시장경쟁을 벌여야할 형편인 것이다.
카메라나캠코더.VCR.대형컬러TV 등 전자제품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신제 품의 설계에서부터 주요부품의 조달에 이르기까지 선진외국에 의존하는 수준 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메라는삼성항공을 중심으로한 일부업체들이 시장추이에 맞춰 오토 슬림형 제품을 속속 개발, 출시하면서 해외시장에서까지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렌즈 .소형모터등 일부핵심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부품조차도 가격경쟁에서 밀려 채용되지 않고 있다.또 고정밀의 고급형 카메라는 아직까지 국산화시기를 점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내수시장이 40%이상 확대되고 수출도 2배 가까이 증가한 캠코더는렌즈와 드럼.모터.데크.PCB 등 핵심부품의 대일의존도를 크게 개선하지 못함으로써 사업 수지면에서 엔고의 악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7백50g대의 캠코더를 개발, 출시한데 이어 올해 6백20g대의 초소형신 제품을 내놓겠다는 우리업계의 의욕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캠코더에들어가는 핵심부품의 국산화행보는 게걸음인데 반해 제품의 소형경 량화및 고급화작업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캠코더용 렌즈의 경우 현재 삼성항공을 비롯한 몇몇 광학기기업체들이 국산 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기반기술력이 약하고 원가를 맞추지 못해 난항을 겪고있는 실정이다.
드럼과데크는 관련부품및 설계기술과 노하우 부족으로 고급제품에서의 국산 화가 안되고 있으며 소형모터는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국산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캠코더용 PCB는 현재 몇몇 전문업체들이 박 판 4층짜리 제품을 국산화해 공급하고 있으나 설계기술의 부족등으로 고급모 델용 PCB를 중심으로 여전히 수입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현재국책과제로 추진중인 HDTV나 최근 일부업체들이 속속 내놓고 있는 광폭 TV.프로젝션 TV등 대형TV도 우리기업들이 직접 설계해 부품과 세트가 동시에 개발되는 형태가 아니라 우선 세트부터 만들고 보자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수요확대와 유통시장완전개방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VCR는주요 부품뿐 아니라 상당수 핵심기술을 일본기업에 의존, 로열티만도 제조원가의 평균 10%이상에 달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이 완전히 개선되기 힘든 상황에서 가전3사는 디지틀VCR 등 차세대 첨단 제품개발에 목매고 있는 실정이다.
가전3사는그러나 핵심부품의 국산화와는 별개로 차세대제품개발에 주력하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강조한다. IH밥솥이 그러했 듯이 부품국산화를 병행하지 못한다고해서 HDTV나 디지틀VCR.캠코더.멀티미디어등 차세대가전제품의 개발을 늦춘다면 본격적인 수요형성기에 들어섰을 때 경쟁 력을 갖추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
즉지난 70년대부터 수출드라이브정책의 전략산업품목으로 꼽힌 가전 제품이 부품수입에 의한 단순가공형태의 재수출이라는 고착화된 성장패턴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앞으로도 이같은 절름발이식발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다.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아직도 별다른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바로 이러한 전자산업의 구조적 모순때문이다.
사실정부의 수출드라이브정책에 힘입어 국내가전산업은 조립기술에 관한한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할만큼 놀라운 성장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가전3사가 펼치고 있는 사업규모나 기업의 위치를 보더라도 세계무대에서 경합 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가전3사의 이같은 성장뒤에는 세트와 부품산업의 균형적 발전없이 국내가전산업이 수입유발형 산업구조로 굳어졌다는 중대한 모순을 안고 있다.
세트업체인가전3사는 부품의 수입조립을 통한 완제품의 수출을 통해 급속한 성장가도를 달려온 반면에 부품산업은 그 기반을 다지지 못한채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세트중심의가전산업 육성책으로 부품쪽은 중소업체들의 몫으로 남겨지고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은 그 영세성으로 인해 자금력.기술력.인력등의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독자적인 기술축적을 못한채 부품의 수입 대체라는제몫을 해내는데 상당부분 실패한 셈이다.
또현재 세트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는 부품조차도 수입품과 힘겨운 가격 경쟁 을 벌이고 있고 그 신뢰성을 인정받는데 있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가전업계의한관계자는 이와 관련, "앞으로 부품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가전산업의 발전은 물론 대외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돼 위험수위에 달할 것 으로 예측하고 "신제품개발단계에서부터 부품국산화가 전제되는 부품산업의 육 성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한다.국내에서의 원활한 부품수급 없이는 앞으로 세트업체들의 존립기반도 장담할 수 없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 다.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도 "세트업체인 대기업이 더이상 조립위주의 신제품 경쟁을 자제하고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부품 국산화를적극 유도하고 국산부품의 채용에 적극성을 보여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트업체의설계엔지니어가 자신의 책임을 두려워해 국산부품의 채용을 꺼려하는 풍토는 하루빨리 바뀌어야할 것이라는 얘기다.<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