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년 이상을 끌어온 GE와 일진 사이의 다이아몬드 분쟁 1차전이 결국 GE의 승리로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향후 일진의 대응방향과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판결의 법적 효력여부를 떠나서라도 이번 사건은 세계시장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국적기업의 속성을 드러낸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이번 사례는 UR타결이후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보이는 지적 재산권 분쟁 이 힘의 논리에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를 한층 더해주고있어 기업과 정부 모두 안이한 대응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일진다이아몬드의 이관우사장은 패소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GE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부당한 판결" 이라고 주장하고 "항소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사장을비롯한 이 회사 임직원들은 "일진은 결코 GE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의연히 싸워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회사 곳곳에 나붙은 격문들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사실미국 국내법에 의한 이번 재판이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공장가동중지"라는 미국법원의 판결을 한국기업이 따를 이유도 없다. 재판 결과는 미국의 영토를 벗어나는 순간 효력을 상실하게 돼 있다.
즉이번 패소로 일진이 당장 입게 될 피해는 대미 수출이 불가능해지는 것에국한된다. 항소는 물론 상고까지도 계속할 것이라는 일진의 태도로 볼 때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기까지는 앞으로도 1년반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 있다.
상고심에서까지패소할 경우 일진은 미국시장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밖에서의 법적 효력은 없다. 지난해의 경우 일진다이아몬드의 전체 매출액( 2백10억여원)중 대미수출은 1백만달러에도 못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이현재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재판에 따른 법적인 문제보다도 GE 또는 미국 정부가 이를 무기로 한국정부와 일진에 사업포기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GE가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국법원에 제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재권분쟁의 전례로 보나 이번 사례의 전후사정으로 보나 한국법원에서 GE가 승소할 가능성은 전무한 실정이다.
오히려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GE는 한.미간의 통상협력테이블에 이 문제를 올리려 할 것이다. 한국 정부에 행정지도 요구를 계속할 것이고 일진에도 공 장매각또는 사업포기를 계속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한창 진행 되고 있던 90년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GE는 일진에 공장 매각을 요구한 바 있으며 칼라힐즈와 키신저가 이 문제를 거론했었다. 이제 미국법원이 GE의 승리를 판결한 만큼 압력의 강도는 더 세질 것이 분명하다. 그럴 경우 한국 정부가 이를 어느정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진측은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상공부 가 방패막이가 되 줄 것으로 믿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상공부는 아직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채 앞으로 정부에 돌아올 부담을 우려, 고심하는 모습이다.
일진측은이 문제가 결코 기업대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GE가20년에 걸쳐 완성한 기술을 어떻게 한국의 일개 기업이 3년만에 완성 할 수 있느냐"는 "정황적 증거"가 동원된 이번 판결은 앞으로 얼마든지 재발 할 수 있다.
힘의논리를 앞세운 공룡 기업의 지적재산권 공세를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까지 거부할 것인지 정부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문제를 기업대 기업의 차원으로 국한시켜 볼 때 이미 세계 제3위 업체 로 부상한 일진 다이아몬드가 수십년간 신규업체 출현을 봉쇄해 오면서 독과점체제를 유지해 온 GE의 아성을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쓰러져가는 공룡의 모습"이라는 일부의 지적처럼 이번 재판이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GE의 최후의 몸부림으로만 그칠 것인지도 두고 볼 일이다.